검찰, 국민연금ㆍ삼성물산 압수수색… 이재용 경영권 승계 정조준

입력
2019.09.23 10:10
수정
2019.09.23 18:5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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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민연금공단과 삼성물산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승계 문제로까지 검찰 수사가 뻗어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이복현)는 23일 전북 전주시 만성동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수사인력을 보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또한 서울 상일동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수사팀을 파견해 합병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그런데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23.2%를 보유한 반면,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기 때문에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당시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부채가 2012∼2014년 회계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의로 이를 숨겼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는 합병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3%) 가치를 6조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맞바꾸며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1 대 0.35)에 찬성했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합병 후 회사)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삼성의 편의를 봐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부러 제일모직 주식 가치를 높이고, 반대로 삼성물산(합병 전) 주식 가치를 고의적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회계법인들이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1조7,500억원)과 광업권(1조원)을 누락했다는 의혹도 있다. 참여연대는 올해 7월 보고서를 통해 이런 승계작업 결과 제일모직 주주인 이 부회장은 3조1,000억∼4조1,000억원 이득을 봤고,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은 5,205억∼6,746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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