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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게 안전보장은 미국이 자신의 제도를 위협하는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존 볼턴 경질과 ‘새로운 방법’ 언급으로 미국이 유연성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북한도 신속하게 화답하고 있다. 최선희 제1부상(9일), 권정근 미국국장(16일), 김명길 북미협상대표(20일)로 이어진 외무성 담화는 각각 새로운 계산법, 제도안전, 단계적 접근을 강조했다. 일련의 담화를 관통하는 북한 협상전략의 핵심은 ‘안전보장’으로 보인다. 북한이 ‘안전보장’을 내세운 협상전략의 의도는 무엇일까. ‘안전보장’울 통해 말하려는 것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안전보장’은 북한식 단계론, 비핵화 속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핵심 카드로 볼 수 있다. 북한에게 안전보장은 미국이 자신의 제도를 위협하는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다. 특히 최근 북한 미국국장이 언급한 ‘제도안전’은 자주권과 제도를 위협하는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위협이 모두 해당된다. 대부분 미국이 단번에 들어주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 북한은 한꺼번에 철회할 수 없다면,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각자 한만큼만 상대에게 요구하는 협상안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 가능한 수준에서 상응조치들을 교환하자는 것이다. 결국 안전보장 요구를 통해 단계론, 비핵화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안전보장’은 북한식 비핵화 범주를 제시하는 카드일 수 있다. 최근 북한은 미국의 대량살상무기(WMD) 동결과 폐기 요구에 대해 “무장해제” 요구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오히려 북미가 서로 핵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안보불안’ 해소를 강조했다. 또 최근 10여 차례의 미사일 실험발사를 통해 자위적 국방력 차원의 첨단무기 개발 지속 의사를 밝혔다. 자위적 차원의 무기 개발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안전보장’ 카드는 WMD식 비핵화 요구에 대응하는 수단인 것이다. 나아가 상황에 따라 핵군축, 핵군비통제로 북미협상의 성격을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다.

셋째, ‘안전보장’은 동북아 군비경쟁 구도를 활용한 협상전략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의 INF 파기 및 중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실험, 일본 한국 대만 등의 무기도입을 맹렬히 비난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연대, 미중, 미러, 유럽-러시아 사이의 군비경쟁 구도를 소개하는 북한 보도가 증가하고 있다. 소위 지역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지정학적 그림판을 환기시키는 내용들이다. 한마디로 이런 군비경쟁 구도에서 북한의 안전보장이 위협받는 현실, 자신의 안전보장 요구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지정학의 활용 의도다.

넷째, ‘안전보장’ 협상 프레임에 따른 남한 배제 전략이다. 한국에 대한 북한의 냉대는 하노이 회담 실패 원인의 전가, 남북한 합의 이행에 소극적인 태도 때문도 있지만, 협상 프레임을 ‘안전보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설정한 모드일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한국의 무기도입 및 국방계획 등을 소재로 자신의 자위적 국방력, 재래식 무기개발, 그리고 안전보장 요구의 정당성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대미 협상카드로 안전보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한국의 군사적 대미 종속성, 한국의 훈련 및 무기도입 등이 갖는 위협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북미 협상과 동시에 남북 협력이나 군사의제가 논의되는 것은 대미 협상력을 떨어뜨린다고 보는 것이다.

‘안전보장’ 전면화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현실적 정의가 필요하다. 안전보장이 제기된 이상 군축, 군비통제의 성격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북미, 남북이 할 수 있는 ‘안전보장’ 협의 영역이 설정돼야 한다. 또 북한 비핵화의 비가역지점에 대한 정치적 합의도 필요하다. 이를 기초로 ‘포괄적 비핵화’(비핵화 정의ㆍ범주, 로드맵)와 ‘포괄적 안전보장’(대북 불가침,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정치적 확약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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