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무너지고 뽑히고… 700mm 물폭탄 피해 속출

입력
2019.09.22 17:09
수정
2019.09.22 23: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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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타파’ 남부지방 강타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 중인 22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있는 한 2층 주택이 무너져 있다. 이 사고로 집 안에 있던 70대 여성이 매몰돼 숨졌다. 연합뉴스.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 중인 22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있는 한 2층 주택이 무너져 있다. 이 사고로 집 안에 있던 70대 여성이 매몰돼 숨졌다. 연합뉴스.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몰고 온 제17호 태풍 ‘타파’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일부 지역에선 주택 붕괴 등으로 2명이 숨지고, 강한 바람으로 인해 유리창 등이 깨지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또 제주를 비롯해 전국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통제됐고, 전선이 끊겨 대규모 정전 피해와 함께 신호등이 꺾이고 건물이 파손되는 등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태풍 ‘타파’의 이동 길목에 자리한 부산 지역의 경우엔 태풍이 근접하기 이전부터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35~45m 내외의 강풍에 폭우까지 쏟아지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21일 오후 10시25분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의 기둥이 붕괴, 주택 일부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주택 1층에 살던 A(72)씨가 주택 잔해에 매몰돼 9시간여 만인 22일 오전 7시45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사 하기 하루 전 이 같은 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오후 1시 15분쯤 울산시 울주군 온산항 유화부두 잔교 인근에서 선장 E(66)씨가 자신의 배가 표류 중이라는 연락을 받은 뒤 선박 인양을 위해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이날 오전 9시쯤에는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B(69)씨가 강풍에 넘어진 가로등에 부딪혀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전 9시 55분쯤엔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 자전거 보관소 지붕이 바람에 날려 지나가던 C(44)씨가 머리를 다쳤다. 오후 1시 13분쯤에는 수영구 민락동에서 길을 가던 D(81)씨가 강풍에 넘어져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앞선 오전 10시쯤에는 사상구 괘법동의 한 공장에서 바람에 공장 문이 떨어질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안전 조치 중 부상을 입는 등 부산에서만 1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울산에서는 태풍 피해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경찰관이 교통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전남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오후 2시52분쯤 배드민턴 축제가 열리던 전남 곡성군 한 초등학교 체육관의 통유리가 파손되면서 4명이 부상 당했다. 이날 오전 10시50분쯤에는 목포시 석현동 한 교회 외벽에서 벽돌 일부가 떨어져 F(55)씨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강풍으로 인한 정전 피해도 속출했다. 이날 제주 제주시 한경면과 서귀포시 색달동 등에서 전선이 끓기면서 3,335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부산에서도 부산 남구 대연동 한 공사장에 임시로 세운 가설물이 강풍에 넘어지면서 전선을 건드려 주변 2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하는 등 정전 사태가 잇따랐다. 이날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정전 복구작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전 8시30분쯤 울산 중구 우정동 한 건물의 외벽이 떨어져 차량 4대가 파손되는 등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에서 건물 외벽 타일과 유리창 등이 파손되거나, 간판이 떨어지고 교통표지판과 가로등이 쓰러지는 등 시설물 피해가 잇따라 수 백건의 현장 안전조치도 이뤄졌다.

제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를 향해 북상하는 가운데 2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읍 토산2리 앞바다에 집채 보다 큰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를 향해 북상하는 가운데 2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읍 토산2리 앞바다에 집채 보다 큰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타파’는 또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한라산 어리목에 668.5㎜에 이르는 ‘물폭탄’을 쏟아 부은 것을 비롯해 전국에 많은 비를 뿌리면서 농경지와 도로, 주택 등이 침수피해를 가져왔다. 아직까지 정확한 집계가 되진 않았지만 이번 태풍이 강풍과 폭우를 동반해 농작물 피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제주가 고립되는 등 전국의 하늘길과 바닷길도 묶이면서 큰 불편은 이어졌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이날 오후 7시까지 항공편 395편(국내선 359편, 국제선 36편)이 무더기 결항 조치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들어 태풍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오후 7시부터 항공편 99편(국내선 85편, 국제선 14편)의 운항이 재개됐다. 제주공항은 전날도 태풍의 영향으로 오후 늦게부터 항공편 운항이 취소돼 총 33편이 결항했다. 이날 울산공항도 북상 중인 태풍 영향으로 이날 하루 뜨고 내리는 항공기가 모두 결항됐고, 김해·광주·여수·군산·무안공항 등 전국 공항에서 항공기 운항에 큰 차질을 빚었다.

바닷길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제주를 잇는 8개 항로 14척의 모든 여객선 운항도 모두 통제됐고, 목포·여수·완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운항하는 52개 항로 80척도 발이 묶였다. 부산항도 전날 오후 5시부터 선박 입항과 출항이 전면 중단됐으며, 전국의 항·포구에는 태풍을 피해 피항한 선박들로 가득 찼다.

태풍 ‘타파’가 이날 밤 부산을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나가기 전까지 추가 피해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손실 또한 더 커질 전망이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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