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LG화학-SK이노, CEO 회동에도 입장 차만 확인

입력
2019.09.16 16:35
수정
2019.09.16 19: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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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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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인력ㆍ기술 유출을 두고 국내외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회동했다. 그러나 양 측은 입장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쳐, 근본적인 갈등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6일 두 회사에 따르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LG화학이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지 5개월만이다.

신 부회장과 김 사장은 추석 연휴 동안 만남 시기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비공개 회동을 한 건 오는 20일 미국에서 열리는 ‘SK 나이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출국해야 하는 김 사장의 일정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양측의 중재자로 만남을 주선한 양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두 회사의 소송전이 격화한 상황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가 회동에 참석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두 회사 CEO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회동 직후 LG화학은 “두 회사의 CEO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고, SK이노베이션은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소송전을 진정시킬 가시적인 성과물은 없었다는 얘기다.

강대강으로 치닫던 두 회사의 CEO가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향후 대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한다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LG화학과 “LG화학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SK이노베이션의 입장 차이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회사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열어둔 대화 창구와는 별도로 소송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하자,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LG화학과 LG전자를 각각 미 ITC와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LG화학은 “양사 특허 수가 14배 이상 차이 난다”며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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