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유시민이 하지 않은 이야기

입력
2019.09.04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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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문제, 잡티투성이 인정했던 유시민

조국 의혹은 유시민의 잡티 넘어서는 수준

합리적 의심조차 언론의 창작으로 몰다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6일 서울 시민청에서 열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추모 사진전 개막식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6일 서울 시민청에서 열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추모 사진전 개막식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만큼이나 말빚에 시달리는 이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명쾌한 논리와 언변 못지 않은 독설로 정치권 안팎에 적을 만들었던 그가 최근 조국 사태에 참전했다. “유시민은 어디서 침묵하는지 조용하다”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도발에 발끈한 것인지, 동병상련의 정 때문인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조 후보자를 옹호했다. 13년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겪었던 인사청문회를 되짚어보면, 조국 사태는 그 데자뷰라 할 정도여서 시사평론의 대가인 그의 때늦은 참전이 오히려 의아할 정도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의 첫 케이스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현미경 검증과 언론의 집중 추적보도 대상이 됐다. 내정 후 한 달 이상 도덕성 공세에 시달렸으니 “과천(정부청사) 가는 길이 참 멀다”고 했던 당시의 아픈 기억이 여전할 터이다.

그가 라디오를 통해 밝힌 사정은 이렇다. 고지서를 잃어버려 5,000원짜리 적십자회비 한 해 빠뜨렸고, 5년간 주차 위반이나 과속 딱지를 13차례 끊었으며, 소득세 연말정산 잘못해 32만원인가 덜 낸 게 비난의 대상이 됐다는 거다. 여론조사에서 65%가 반대할 정도로 비리가 많았냐고 한다. 트집을 위한 트집잡기라는 뉘앙스였고, 정권 타격용이라는 주장이지만, 당시 청문회 담당기자로서 ‘의외로 자기관리가 허술하다’는 인상을 짙게 받았던 터라 당시 청문회 기록을 뒤져봤다.

직장 가입자에서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는 과정에 국민연금 자진 신고의무 위반과 13개월치 보험료 미납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본 관방장관도 과거 국민연금 보험료 미납으로 사임하는 판에 주무장관 자격이 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국민연금을 개혁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명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미납과 관련한 법률과 연금공단 지침 간 충돌 시비가 있었지만 신상관리 소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의원 신분 이전에 개인사업자로서 소득세 신고 때마다 가산세를 물게 된 경위, 의원 시절 정책개발비 오용과 영수증 부실처리, 성공회대 겸임교수 자격 시비나 수행비서 휴대전화 요금납부와 관련한 정치자금법상 지출 위반 등 10여가지 의혹은 독설과 아집, 갈등 생산의 대명사라는 이미지 공격과 함께 그를 궁지로 몰았다. 결국 그는 ‘잡티투성이’라는 한 보도에 대해 “상당히 정확한 평가”라고 고개 숙이면서, “보건복지위 다수 위원님들이 안 된다고 하시면 안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라고 처분에 맡기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허물에 대한 인정과 반성이 당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고육책인지, 진심인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여야 논란 끝에 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고, 노 대통령은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그를 임명했다.

유 이사장이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을 일을 굳이 장황하게 꺼낸 것은 좋아하지 않는 타이틀인 전직 장관의 정체성을 갖고 조 후보자 변론에 나섰다고 하기에 당시 청문회 상황을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었고, 더불어 조 후보자와 가족이 받는 숱한 의혹이 잡티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것 아닌지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 이사장은 쏟아지는 의혹 보도에 대해 기자들의 집단 창작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유 이사장이 국정농단이나 천안함 사태 등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곧잘 썼던 합리적 의심, 논리적 추론과 어떻게 구별되는지 궁금하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ㆍ의전원 특혜 의혹과 웅동학원의 수상한 소송이 이 정권의 공정과 균등, 정의에 부합하는지는 접어두자. 신생 사모펀드에 가용재산을 거의 ‘몰빵’ 투자한 조 후보자 가족의 과감함, 그럼에도 사모펀드가 뭔지 몰랐다는 조 후보자의 무관심, 또 5촌조카를 비롯한 사모펀드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 전 급히 해외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 까닭을 수상히 여기는 건 합리적 의심이 아닐까. 이를 둘러싸고 꼬리를 무는 의혹 제기를 집단 창작으로 몰아붙인다면 전형적인 진영 논리이자 내로남불 아닌지 묻고 싶다.

정진황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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