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행정] “포항 직장맘 자녀 돌봄, 친정엄마에 맡기 듯 안심하세요”

입력
2019.09.22 10:01
수정
2019.09.22 16:5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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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포항시 ‘직장맘 긴급구조요청 SOS 서비스’

경북 포항시 직장맘 SOS 서비스 소속 아동보호사 최미영(52)씨가 "아이 하원을 도와달라"는 긴급요청을 받고 어린이집을 찾아가 아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포항시 직장맘 SOS 서비스는 12세 이하 자녀를 둔 직장여성이나 직장남성, 임산부가 아이의 등ㆍ하원과 등ㆍ하교, 병원 진료 등을 요청하면 즉시 아동보호사를 파견, 부모를 대신해 보호자 역할을 해 주는 제도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 직장맘 SOS 서비스 소속 아동보호사 최미영(52)씨가 "아이 하원을 도와달라"는 긴급요청을 받고 어린이집을 찾아가 아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포항시 직장맘 SOS 서비스는 12세 이하 자녀를 둔 직장여성이나 직장남성, 임산부가 아이의 등ㆍ하원과 등ㆍ하교, 병원 진료 등을 요청하면 즉시 아동보호사를 파견, 부모를 대신해 보호자 역할을 해 주는 제도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에서 여덟 살과 다섯 살 된 두 자녀의 엄마로, 직장맘인 전효경(44·남구 오천읍)씨는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갑작스럽게 아이를 맡겨야 할 상황에선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회사원인 전씨의 남편은 교대 근무로 두 아이를 돌보기엔 여의치 않았고 타지에 거주 중인 양가 부모에게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다. 전씨는 행여 아이들의 유치원 등교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거나 하교 시간보다 늦게 일이 끝나는 날엔 대책 없이 불안에 떨었다. 행여 근무 시간에 아이들이 갑자기 열이 나면서 아프다는 연락이라도 올 때면 말 그대로 비상사태였다. 하지만 전씨의 이런 걱정은 우연히 알게 된 포항시의 ‘직장맘 긴급구조요청(SOS) 서비스’를 알게 된 이후부터 덜 수 있게 됐다. 이용 방법도 간단한 데다, 비용까지 저렴하다. 전화 한 통이면 시에서 아이들을 돌봐 줄 아동보호사를 즉시 보내준다. 아이 둘을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6시간까지 맡길 수 있다. 비용은 시간에 상관없이 1인당 1만원이다. 2만원에 두 명의 아이들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만족도 또한 높았다. 전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의 여름방학에는 거의 매일 SOS서비스를 이용했다”며 “포항시에서 선발한 아동보호사가 아이를 돌봐주니 친정엄마에게 맡기는 것처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직장맘 SOS 서비스 홍보물.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직장맘 SOS 서비스 홍보물. 포항시 제공

‘직장맘 SOS 서비스’는 2017년 7월 포항시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일하는 여성들의 경제 활동 지원과 아이 키우기에 좋은 환경 조성으로 출산율도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에서다. 12세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에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1일 기준, 오전 8시에서 오후 7시 사이에 기본 2시간부터 최대 6시간까지 가능하고 비용은 시간에 상관없이 1인당 1만원이다. 파견되는 아동보호사의 임금을 시에서 모두 부담하는 덕분이다. 구비 서류는 신청서와 재직확인서 등만 제출하면 된다. 직장맘 SOS 서비스는 크게 △아이병원 픽업서비스 △진료대기 △진료 후 안심귀가 △아이들 등·하굣길 동행 △혼자 있는 아이 일시돌봄 등으로 진행된다. 2017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한 시에선 올해부터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의 ‘직장맘 SOS 서비스’에 고용된 아동보호사는 12명. 아이 한 명당 이용자가 내는 1만원에, 근무시간 당 법정 최저임금인 8,350원을 합한 게 아동보호사의 활동비로 지급된다. 근무 시간이 최대 6시간이고 고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조건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의외로 아동보호사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게 직장을 다녔던 선배들이다 보니, 스스로 아동보호사에 대한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엄선된 시의 심사를 통해 선발됐다는 점도 이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

경북 포항시 직장맘 SOS 서비스 사업에 활동하는 아동보호사들이 올 3월 교육 수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직장맘 SOS 서비스 사업에 활동하는 아동보호사들이 올 3월 교육 수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아동보호사 최미영(52)씨는 “나 또한 직장맘 이었기에 누구보다 일하는 엄마들의 심정과 고충을 잘 안다”며 “일이라는 생각보다 내 아이를 돌본다는 마음으로 대한다”고 흐뭇해했다.

시에선 이용자들이 더욱 편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홈페이지 구축 등 서비스 불편 사항을 점차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일 가정 양립 사회 조성을 위해 일하는 여성의 삶을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확충해 나가겠다”며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고 근무 환경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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