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독도ㆍ위안부 영상 띄운 미국인 유튜버

입력
2019.08.23 11:52
수정
2019.08.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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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기림의 날ㆍ광복절 맞아 구상…12시간 동안 약 50회 재생

“어디에서도 다시 위안부 비극 없길”…모금운동 홈페이지도 제작

미국인 유튜버 채드 태너(Chad Tanner)가 자신이 제작한 독도ㆍ위안부 관련 광고 영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하이채드 Hi Chad’ 캡처
미국인 유튜버 채드 태너(Chad Tanner)가 자신이 제작한 독도ㆍ위안부 관련 광고 영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하이채드 Hi Chad’ 캡처

한 미국인이 자발적으로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영상을 게시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유튜버 채드 태너(31)다.

구독자 18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하이채드 Hi Chad’를 운영하는 채드는 22일 이 같은 광고를 제작, 타임스퀘어에서 상영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상을 올리면서 주목 받았다.

23일 한국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채드는 19세이던 2007년 선교 목적으로 처음 한국에 왔고, 지금은 미국 유타주에 거주하며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자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금융권에 몸 담았지만 요즘엔 유튜브 채널과 함께 한국 대학생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푹 빠졌다.

그는 지난 9일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과 광복절을 맞아 13일 뉴욕 타임스퀘어에 광고를 띄우는 방안을 본격 구상하기 시작했다. 채드는 그가 올린 영상에서 “오랫동안 한국이 일제강점기에 겪어야 했던 것들에 관련된 영상을 만들고 싶었고 지금이 좋은 시기라 생각했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바쁘고 하루에 35만명이 넘는 방문자가 오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광고판을 사는 것이 제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 봤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튜버 채드가 지난 13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자신이 제작한 독도ㆍ위안부 관련 영상이 나오는 것을 보고 감격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하이채드 Hi Chad’ 캡처
유튜버 채드가 지난 13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자신이 제작한 독도ㆍ위안부 관련 영상이 나오는 것을 보고 감격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하이채드 Hi Chad’ 캡처

그가 제작한 광고는 15초 분량의 동영상 2개로 구성됐다. 공개된 영상에 담긴 이 광고는 먼저 한국 외교부의 독도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사진과 태극기, 그리고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것을 설명하는 영문 소개로 시작된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동상의 사진과 함께 ‘Visitdokdo.com’ 홈페이지를 소개하며 독도와 위안부에 대해 더 알아볼 것을 권하는 내용을 담았다.

홈페이지 역시 채드가 직접 만든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관과 단체에 후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은 타임스퀘어의 광고 허가를 받아 그가 목표했던 지난 13일 정오부터 자정까지 12시간 동안 50번 가량 재생됐다고 한다. 채드는 당일 뉴욕을 찾아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긴장하며 지켜보다 광고가 제대로 나오자 환호하는 모습, 광고판 앞을 지나는 행인들에게 영상을 보도록 유도하고 독도와 위안부에 대해 보충 설명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튜버 채드가 지난 13일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 앞을 지나는 행인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하이채드 Hi Chad’ 캡처
유튜버 채드가 지난 13일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 앞을 지나는 행인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하이채드 Hi Chad’ 캡처

그는 영상 말미에 “한국에 처음 이사오기 전까진 일제강점기에 대해 몰랐는데 몇 년 동안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내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미국 사람들이 한국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하고, 이야기를 나눠 아픔과 슬픔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게 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정부와 지도자들은 ‘위안부 문제는 합의됐고 끝났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책임지지 않고 끝내려 하는지, 지금 일본의 방식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고 옳지 않다 생각한다”며 “이런 일이 어디에서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고, 그 일을 겪었던 분들을 기억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을 싫어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영상을 찍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다 믿는 것들에 대한 의식을 높이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좀더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배우길 바란다”며 “홈페이지에서 모금하는 돈 100%는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와 기구로 갈 것이고, 광고판에도 이 돈은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 추후 영수증과 사진을 보여주는 영상도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채드의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일본의 성노예와 강제징용 문제는 국가 간 감정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보편적 가치와 정의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초***), “한국인인 우리가 더 열심히 나서야 하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상이다”(Ao***), “한국인도 생각지 않은 일을 한 것을 보니 뭐라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벅차오른다.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하다”(답***)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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