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계규의 이 사람] “일제 덕에 근대화” 외치는 ‘수상한 종족’

입력
2019.08.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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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저작권 한국일보]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캐리커처. 배계규 편집위원
[저작권 한국일보]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캐리커처. 배계규 편집위원

이영훈(68)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달 10일 동료들과 공저해 발간한 ‘반일 종족주의’가 염천을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 ‘반일 종족주의’는 일본의 식민지 수탈체제가 한반도 근대화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기반으로 한 책이다. 이 전 교수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근대화론을 줄곧 주창해온 동료 연구자들의 글이 담겼다.

논란에 불을 지핀 이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조 전 수석은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이런 구역질 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전 교수는 즉각 반발했다. 6일 이승만 전 대통령 연구단체인 이승만학당의 유튜브 채널 ‘이승만TV’에 출연해 “연구자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논란의 불씨는 엉뚱한 곳으로도 튀었다. 이 전 교수가 자신을 취재하던 MBC 기자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7일 공개되며 논란의 불길은 커졌고,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이 전 교수가 사실과 달리 서울대 명예교수 행세를 했다는 보도가 나와 학자로서 적절했냐는 자격 시비까지 일었다.

책이 화제를 모으고 이 전 교수가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자 보수진영은 선을 긋는 모양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수 우파들의 기본 생각과 어긋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고,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역사 자해 행위”라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잇따른 잡음이 판매에 도움이 됐을까. 저서 ‘반일 종족주의’는 교보문고 주간(7~13일)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전주 7위에서 6계단이나 상승했다. 교보문고가 15일 발표한 구매자 분석에 따르면, 남성들의 구매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특히 60대 이상 남성에서 비율이 두드러진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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