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금지·올림픽 보이콧”… 여당 반일공세 위험수위

입력
2019.08.06 17:21
수정
2019.08.23 22:3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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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역풍될까 우려에도 “靑 보필” 강경 행보

지지율 동반 상승 고무된 듯 자극적 대안 쏟아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뒤쪽에 걸린 걸개막에 인쇄된 안중근 의사의 단지 손도장, 유묵이 눈에 띈다. 오대근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뒤쪽에 걸린 걸개막에 인쇄된 안중근 의사의 단지 손도장, 유묵이 눈에 띈다. 오대근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반일(反日) 공세’가 위험 수위다. 민주당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는 것을 ‘제2의 독립운동’으로 규정한 데 이어 ‘일본 전역 여행 금지 구역 설정 검토’ ‘내년 도쿄올림픽 보이콧 고려’ 등 자극적 대안을 쏟아내고 있다. 당ㆍ정ㆍ청의 3각 협력 구도에서 여당이 일본 공격수 역할을 맡는 것이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대일 공세의 ‘강약 관리’가 안 된다는 게 문제다.

6일 국회의 민주당 원내대표실에는 안중근 의사의 단지(斷指) 손도장과 ‘獨立(독립)’이라고 쓴 안 의사의 유묵(遺墨)이 인쇄된 대형 걸개그림이 걸렸다. 그림에는 ‘한일 경제전쟁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라는 문구도 적혔다. 일본 때리기에 화력을 쏟아 붓는 민주당이 안중근 의사까지 동원한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건 이인영 원내대표다. 그는 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확대시키겠다는 선전포고"라면서 "제2의 독립운동 정신으로 한일 경제대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라며 비장한 분위기를 풍겼다.

최재성 의원이 이끄는 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는 이를테면 게릴라 공격수로, ‘도쿄 올림픽 보이콧’에 이어 ‘일본 여행금지구역 지정’ 등 초강경 대응책을 불쑥 꺼냈다. 문제는 이 같은 제안들이 특위 차원의 ‘돌출 발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쿄 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 협의가 거론되는가 하면, 여행 규제도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특위의 오기형 간사는 6일 브리핑에서 ‘여행 규제가 실제 논의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국민들의 생명, 안전과 관련해 외교부에 검토해달라고 특위가 의견을 냈다”고 여지를 두었다.

의원들의 표정은 복잡미묘하다. 아직은 ‘더 강하게’를 주문하는 당내 여론이 많다. 종합적 상황관리를 해야 하는 정부나, 발언 수위 조절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청와대를 대신해 당이 ‘한 발 더 나간’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의 한 인사는 “국민과 함께 메시지를 공유하고 정부에 힘을 실어 주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은 “한국의 집권 여당이 이번 사태를 정말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강경 발언이 우후죽순으로 터져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일본의 경제 보복에 여권이 스크럼을 짜고 강경 대응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지도가 동반 상승한 것에 고무된 듯하다. ‘민주당은 극일(克日)-자유한국당은 친일(親日)’ 구도가 총선에 더없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반일 기조가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ㆍ유출한 여진이 진행 중인 만큼, 절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있다. ‘일본 여행 금지’ 같은 선정적 대응책만 부각되는 바람에 ‘한일경제전 예산입법지원단’ 구성 등 정부 대책에 발 맞추기 위한 ‘정상적’ 행보를 하는 것이 묻히는 것도 부담이다. 한 중진 의원은 “민주연구원의 요란한 행보가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과도한 대응은 야당의 표적이 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청와대가 북한과의 경협이라는 엉뚱한 솔루션을 가지고 나온 와중에 여당에서는 도쿄올림픽 불참, 여행 금지구역 설정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며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은 스포츠인에게 평생의 꿈과 같은 무대인데 자칫 그 꿈을 짓밟는 게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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