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하루 섭취량 9.8g…WHO 권장량(5g) 2배 초과

입력
2019.07.09 05: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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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소금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

하루 소금 3g 줄이면 심혈관질환·뇌졸중 15% 정도 감소

한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소금을 먹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소금보다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한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소금을 먹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소금보다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여전히 너무 짜게 먹는다. 소금을 하루 9.8g 정도 섭취할 정도로 ‘나트륨 중독’이다(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세계보건기구(WHO)나 국제신장학회의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5g 이하, 나트륨으로는 2,000㎎ 이하)보다 2배가량 많다. 특히 인스턴트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사람은 소금을 하루 12~15g(나트륨으로 5,000~6,000㎎)이나 섭취한다.

그런데 소금(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 심장병, 만성콩팥병, 뇌경색 등에 쉽게 노출된다. 하루 소금 섭취량을 3g 줄이면 심장혈관질환과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각 15.6%, 11% 줄어들고, 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은 18.9% 감소한다.

특히 요즘 같은 무더위에 소금을 평소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김성권 서울대병원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는 “땀을 많이 흘린다면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셔야 한다”며 “피부에 소금기가 하얗게 낄 정도로 땀을 흘려도 소금을 별도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소금 과다 섭취, 고혈압·심뇌혈관 등 촉진

나트륨은 몸을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필수 무기질이다. 체내에서 삼투압 조절을 통한 신체 평형 유지해주고, 칼륨과 함께 세포 내에서 신경 자극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근육에 신경자극을 전달함으로써 정상적인 근육운동을 하도록 돕고, 펌프 작용을 통해 포도당과 아미노산 흡수를 돕는다. 나트륨은 몸속 유익한 미생물의 힘을 강화해 면역력을 높이고, 혈관 벽에 붙은 노폐물을 빨아들여 배출하는 청소부 역할도 한다.

그런데 나트륨을 너무 많이 먹으면 혈압이 올라간다. 나트륨은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에 민감하다. 이 호르몬은 아침에 몸을 깨우기 위해 혈압을 10㎜Hg 정도 올린다. 나트륨은 이 호르몬 기능을 촉진해 혈관벽을 수축해 혈압을 높인다. 더욱이 물과 잘 결합해 혈액량을 늘려 한국인의 10대 사망 원인인 고혈압을 일으킨다.

나트륨은 콩팥 기능도 망가뜨린다. 콩팥은 우리 몸에 과잉 섭취된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한다. 나트륨을 장기간 과잉 섭취하면 콩팥에 쌓이면서 콩팥 여과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과다 섭취한 나트륨을 몸 밖으로 내보내려면 콩팥 사용 혈액의 3분의 1이나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트륨이 소변으로 배출될 때 칼슘도 함께 배출되면서 골다공증 위험도 높아진다.

찌개보다 국, 국보다 숭늉을 먹어야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면 고염분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국 한 그릇에 소금이 1.4~3.5g 정도 들어 있기에 가급적 찌개보다 국으로, 국보다 숭늉으로 먹는 게 좋다. 국그릇을 절반 크기로 줄이는 것도 좋다. 또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습관은 버리고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되도록 손대지 않는다. 국과 찌개는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기보다 멸치 양파 다시마 새우 표고버섯 등을 우려낸 국물로 만들면 좋다.

김치는 섭취량을 줄이거나 묵은 김치보다는 겉절이를 먹는 것도 방법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쌈장 등 양념류와 화학조미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 대신 식초 설탕 고춧가루 후추 겨자 고추냉이 파 마늘 생강 등을 활용한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에 도움을 주기에 바나나 감자 아보카도 키위 메론 수박 토마토 시금치 등 칼륨이 많은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하루 한 번이라도 챙겨 먹으면 좋다. 강이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하지만 콩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외식 음식은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있으므로 의지만 있다면 점심 도시락을 먹는 것도 좋다. 다만 편의점 도시락 하나만 먹어도 WHO의 하루 나트륨 권장량(2,000㎎ 이하, 소금으로는 하루 5g 이하)을 훨씬 초과할 수 있기에 되도록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먹는 것이 좋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5개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 15종에서 100g 당 평균 335㎎의 나트륨이 들어 있었다(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지난해 7∼9월 조사 결과). 도시락 하나당 중량이 평균 416g인 점을 고려하면 편의점 도시락 하나를 먹으면 나트륨을 평균 1,393㎎을 섭취하는 셈이다. WHO의 하루 나트륨 권장량은 2,000㎎ 이하이므로 도시락 하나를 먹으면 하루 권장량의 70%를 섭취하는 셈이다. 인스턴트 라면에도 1봉지당 1,350~2,069㎎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건강한 식생활 위한 나트륨 섭취 줄이기 방법. 식약처 제공
건강한 식생활 위한 나트륨 섭취 줄이기 방법. 식약처 제공

<건강한 식생활="" 위한="" 나트륨="" 섭취="" 줄이기="">

-나트륨 적은 식품 선택하기= 음식 구입 시 영양표시에 있는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고, 나트륨 함량이 적은 것을 택한다.

-소금 대신에 천연조미료 사용하기= 요리 시 소금 대신 다시마 가루, 멸치 가루, 표고버섯 가루, 새우 가루, 들깨 가루 등을 넣는다. 몸에도 좋고 다른 식재료와 잘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맛이 난다.

-국물·소스 적게 먹기= 찌개, 국수, 국 등의 국물은 다른 음식보다 나트륨 함량이 높다. 국물의 양만 줄여도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간장, 머스터드 등 소스류도 나트륨 함량이 높으므로 되도록 적게 먹는다.

-신선한 채소·우유 섭취하기= 채소와 과일, 우유 등에는 건강에 좋은 성분이 많고, 과다 섭취한 나트륨을 몸 밖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간식으로 채소, 과일, 우유 등을 자주 먹으면 좋다.

-외식을 줄이고, 외식 시 ‘싱겁게’와 ‘소스를 따로 주세요’라고 주문하기= 외식 음식은 집 음식보다 인공 조미료를 많이 넣어 나트륨 함량이 높다. 외식 음식을 주문할 때에는 ‘싱겁게’와 ‘소스를 따로 주세요’라고 주문해 나트륨을 최대한 줄인다.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염분의 주성분인 나트륨(40%)은 세포외액의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삼투압을 결정해 혈액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과잉 섭취하면 혈관 내 삼투압이 상승하면서 혈액량이 증가해 혈관이 팽창하고 혈관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혈압이 올라간다.

고혈압은 혈관벽 장력을 증가시키고 손상된 혈관조직 재생 과정을 변형시켜 심장 혈관 및 뇌혈관의 동맥경화를 촉진함으로써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고혈압은 신장병 발병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은 나트륨과 수분의 양을 조절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특히 혈압조절에 가장 중요한 장기다.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면 전신 혈압이 높아져 신장의 사구체 및 주변 혈관들에 높은 압력이 전해져 사구체와 혈관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허혈성 손상이 지속되면 만성 신장병으로 진행하게 된다. 만성 신장병이 되면 염분의 배설이 감소해 염분이 축적되고 레닌 및 안지오텐신 호르몬 증가로 인해 고혈압을 더욱 악화시키게 되는 악순환을 유발하게 된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뼈의 건강과도 밀접하다. 염분 섭취가 많아지면 신장에서 소변으로 나트륨 배설을 증가시키게 되는데, 나트륨이 배출될 때 칼슘이 함께 배출돼 혈액 내 부족한 칼슘 보충을 위해 뼈 속의 칼슘을 배출시켜 골감소증,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 성장장애나 골절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소변에서 증가된 칼슘 배설로 인해 그 칼슘이 돌을 만들기 쉬워 요로결석이 잘 생긴다.염분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암 발병 위험도를 2∼5배 정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할 경우 나트륨이 위의 점막 상피세포 손상을 촉진해 위염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위산이 감소돼 H. pylori 세균 침입이 수월해지면 위암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국제 건강 관련 단체인 ‘소금과 건강을 위한 세계건강(WASH)’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짜게 먹을 경우 비만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나트륨이 많이 함유된 짠 음식을 즐겨 먹으면 단 음식에 대한 욕구가 높아져 탄산음료나 주스 등 단맛 음료의 섭취량이 늘고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의 효과도 떨어뜨려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해 과체중·비만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외에도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두통 발생, 면역기능 이상, 자가면역 질환 (다발성 경화증) 발생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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