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간 시진핑 “비핵화에 적극 역할” 김정은 “인내심 유지할 것”

입력
2019.06.20 22:00
수정
2019.06.21 00:4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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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방북 첫날 북중 정상회담… 시 “北 안보 우려 해결 돕겠다” 

 美와 核ㆍ무역 협상 교착 속 서로 ‘지렛대’ 삼아 협상력 강화 의도 

중국 국가주석으로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전용기가 20일 오전 11시 40분쯤 북한 평양 순안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북한 의장대가 시 주석 환영 의식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중앙방송(CCTV) 캡처. 베이징=연합뉴스
중국 국가주석으로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전용기가 20일 오전 11시 40분쯤 북한 평양 순안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북한 의장대가 시 주석 환영 의식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중앙방송(CCTV) 캡처. 베이징=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북한 수도 평양에 도착해 정상회담 등 1박 2일간의 국빈방문 첫날 일정을 소화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14년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은 “인내심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평양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안보 우려 해결을 위해 중국이 돕겠다”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 반대급부로 체제 안전 보장을 제공하게 하기 위해 협상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과거 1년간 조선(북한)은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미국)의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조선은 인내심을 유지하겠다. 유관국이 조선 측과 마주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4월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했었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시 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등이 탄 전용기는 이날 11시 4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시 주석 부부는 공항에 마중 나온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의 영접을 받았다. 북한은 시 주석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극진하게 대우했다. 공항에서 한 차례 대규모 영접 행사를 한 데 이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이례적으로 별도의 환영 행사를 열었다. 시 주석은 오찬 뒤 곧바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집단 체조를 관람했다. 시 주석은 21일 북중 우의탑을 참배하고 김 위원장과 오찬을 겸한 2차 회담을 한 뒤 귀국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쯤 공개될 듯한 정상 선언문에는 북중 수교 70주년인 올해를 계기로 양국 관계를 격상한다는 내용 등이 담길 전망이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찾은 건 2005년 10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이후 14년 만이다. 북중 수교 뒤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한 건 시 주석이 다섯 번째로, 후 주석에 앞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1990년 3월과 2001년 9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류사오치(劉少奇) 전 주석이 1963년 9월 방북했다. 시 주석 방북은 11년 만이다. 2008년에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수교 70주년 기념과 관계 강화가 명분이지만 각각 무역과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양측이 서로를 지렛대 삼아 대미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도 없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시 주석 방북은 김 위원장의 대내 권위를 크게 강화해주겠지만 대북 제재 틀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 주석이 식량ㆍ비료 제공 등 인도적 지원과 국경 밀무역 단속 완화 정도의 비공개 선물은 주리라는 게 외교가 관측이다.

시 주석의 북미 중재자 역할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는 19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비핵화 양보안을 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계는 있겠지만 관계 강화가 북중 양쪽에게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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