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의 기적’ 일군 슈퍼 히어로 모우라

입력
2019.05.09 16:16
수정
2019.05.09 19: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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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준결승 해트트릭… 토트넘, 아약스 꺾고 결승행

토트넘의 루카스 모우라가 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아약스와의 4강 2차전 후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암스테르담=AP 연합뉴스
토트넘의 루카스 모우라가 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아약스와의 4강 2차전 후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암스테르담=AP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7) 감독은 9일(한국시간) 오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아약스와의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토트넘이 극적인 승부 끝에 UCL 결승 진출을 확정하면서다.

브라질 출신 토트넘의 공격수 루카스 모우라(27)가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모우라는 홀로 3골을 몰아넣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패색이 짙던 토트넘에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선물하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 1일 0-1 패배에 이어 0-2로 뒤처진 이날 전반까지 분위기로는 토트넘의 UCL 결승 진출은 물 건너간 듯했다. 하지만 모우라가 후반에만 혼자 3골을 몰아넣으며 1ㆍ2차전 합계 3-3 무승부를 만들었고, 토트넘은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아약스를 제치고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1882년 창단한 토트넘은 137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UCL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펑펑 쏟은 포체티노 감독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축구가 아니면 이런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면서 “모두가 영웅이지만, 모우라는 슈퍼 히어로”라고 극찬했다. 감독은 물론 동료 선수들까지 모우라를 떠받들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27)은 BBC를 통해 “개인적인 생각으로 잉글랜드에 모우라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며 극찬했다. 스스로 운명을 뒤바꾼 모우라는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어벤져스’급 활약을 펼친 모우라의 활약에 비춰 ‘슈퍼 히어로’라는 찬사는 과해 보이지 않는다. 토트넘은 이날 전반 5분 아약스의 마테이스 더리흐트(20)에게 헤딩 선제골, 전반 35분 하킴 지예흐(26)에게 추가골을 얻어맞아 0-2로 끌려가면서 결승행이 훌쩍 멀어지는 듯했다. 전반 초반 손흥민이 골 라인 부근까지 공을 몰고 가 시도한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까지 겹치면서 후반에만 실점 없이 3골을 몰아넣어야 했다. 전날 리버풀이 바르셀로나FC를 상대로 이뤄낸 ‘안필드의 기적’ 같은 상황이 다시 찾아와야 했다. 그 거짓말 같은 꿈을 이뤄낸 슈퍼 히어로가 바로 모우라였다.

토트넘은 이날 후반 초반 모우라의 연속골로 2-2 균형을 맞췄다. 후반 10분 역습 상황에서 델레 알리(23)가 접어놓은 공을 골문 정면으로 달려들며 차 넣은 모우라는, 4분 뒤엔 문전 혼전 상황에서 공을 가로채 왼발 터닝 슛으로 또 한번 아약스 골 문을 열었다. 토트넘은 경기가 끝날 무렵인 후반 43분 얀 페르통언(32)의 연이은 슈팅이 수비에 막힌 데 이어, 손흥민의 슈팅도 무위로 돌아가면서 패배에 직면했다.

설상가상 아약스는 선수 교체와 골 킥 지연 등으로 시간을 끌었다. 주어진 추가시간 5분이 모두 지날 무렵 모우라는 페널티 박스 내 정면에서 알리의 침투 패스를 이어받아 왼발 슛으로 연결, 골 망을 갈랐다. 토트넘의 비극을 환희로 반전시킨 해트트릭이었다.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일군 토트넘과 ‘안필드의 기적’을 만들어낸 리버풀은 6월 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단판으로 우승을 다툰다. 팀의 결승행에 힘을 보탠 손흥민은 자신의 생애 첫 UCL 우승과 함께 한 시즌 개인 최다 득점(21골) 경신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EPL 팀들끼리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붙는 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대결한 2007~08시즌 이후 약 11년 만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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