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못해도 장학금 줘 가며 ‘무늬만 유학생’ 모시는 대학원들

입력
2019.04.29 04:40

대구의 A대학 ㄱ교수는 지난달 개강한 경영대학원 수업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학생 절반 가까이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유학생이었는데 대부분 일상대화를 나누는 게 어려울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떨어지는 데다 수업 의욕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ㄱ교수는 “경영대학원은 일주일에 한두 번 야간에만 수업하는데 이들이 학위보단 한국에서 돈을 벌 목적으로 대학원에 위장 입학을 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원은 학부 때 배운 내용을 더 전문적으로 배우는 곳이다. 대학원은 지원자를 받을 때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철저히 따져 입학증을 내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은 예외다. 되레 한국어 실력이 기준을 한참 밑돌아도 장학금까지 줘가며 유학생을 모신다. 학생수 감소 등으로 재정에 빨간 불이 들어온 대학들로선 그게 오히려 남는 장사다. 대학이 아예 브로커를 끼로 무늬만 유학생들을 해외에서 대거 들여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픽 3등급, 대학원수업 따라 갈 수 있을까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 A대학은 연초 경영대학원 정원이 미달할 걸로 예상되자 특정 유학원과 손잡고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을 대거 입학시켰다. 하지만 선발과정은 상당히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화상면접을 했는데, 한국인 유학원 관계자가 옆에서 도움을 주는 등의 방식을 썼다. 면접이라 하지만, 실은 합격시키기 위한 요식 절차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해외 유학생을 받는 대학들은 대개 토픽(TOPIKㆍ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능력시험) 자격을 요구한다. 토픽은 1~6등급으로 나뉘는데, 3등급은 본인 의사를 문단 단위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A대의 경우 ‘3등급 이상’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토픽 등급이 없어도 학장이 추천서만 써주면 얼마든지 입학할 수 있다. 이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경쟁률을 공개할 순 없지만 면접에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유학생 증가 추이. 강준구 기자

서울 상위권 일부 대학은 입학기준으로 토픽 4등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원은 3등급만 따면 입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서울 소재 대학의 어학당 강사 김모(여·37)씨는 “대학원 수업을 들으려면 기본 5등급은 돼야 한다”며 “3등급 학생은 대학원 수업을 사실 거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금 주고, 수업도 따로 … 상전된 외국인 대학원생

그럼에도 외국인 유학생은 대학원에 입학만 하면 한국 학생보다 장학금 혜택도 더 많이 받는다. A대학은 유학생이 입학만 하면 학비의 20~30%를 깎아준다. 경남의 한 사립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이 토픽 3등급만 따면 학비의 70%를 깎아준다. 국내 학생에겐 이런 유형의 장학금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돈 다 내고 대학원에 들어간 국내 학생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한국어를 못하는 유학생이 많으면 교수로서도 수업을 제대로 이끌기 어렵다. A대학에서도 최근 ‘외국인 유학생 전담 반’을 별도로 꾸려서 수업을 진행해달라는 국내 학생의 요구가 쏟아졌다. 광주의 한 사립대학은 중국인만 따로 모아 대학원 수업을 한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한국어가 서툰데 한국 학생 수준에 맞춰 강의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국가별 유학생. 강준구 기자

이렇게 유입된 해외 유학생들이 불법 취업에 나선다는 불만도 있다. 대학원 유학생은 법상 주당 30시간(학부 유학생은 2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유학생을 늘린다며 정부는 유학생의 취업 가능 업종도 대폭 늘렸다. 서울 소재 대형 유학원 부장은 “최근 베트남, 우즈벡 위주로 유학생이 급증하는데 이들 나라는 월 평균 임금이 20만원 수준이어서 우리나라에 유학비자를 받고 들어와 아르바이트만 해도 본국서 버는 돈의 8배 가량을 번다”며 “이런 점을 내세워 브로커 역할을 하는 유학원만 수백 곳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늬만 유학생 솎을 방법 없다

‘무늬만 유학생’을 솎아내는 건 쉽지 않다. 정부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유학생 선발 기준은 대학 자율에 맡겼다. 살림살이가 넉넉치 않은 지방의, 소규모 대학들일수록 유학생 유치 실적도 올리고, 수입도 올릴 수 있는 유학생 유치를 엄격하게 진행할 이유가 없다.

[저작권 한국일보] 국가별 불법체류 유학생 현황. 강준구 기자

정부도 이런 현실을 안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학생 관리를 잘못한 대학엔 비자를 제한하는 식의 불이익을 주긴 하지만 지방대학의 경우 유학생 의존도가 커서 유학생 검증이 부실하다”며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한 유학생을 사전에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불법체류 비율 등 일부 지표를 기준으로 국제역량인증 대학을 정하고 있는데 대학들이 유학생 검증을 스스로 강화할 수 있도록 이 인증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학원 관계자는 “인증제도 바꾼다고 갑자기 대학들이 유학생 검증을 강화하겠느냐”며 “상당수 대학원은 졸업도 쉬워 굳이 외국인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지 않아도 얼마든 돈을 벌며 학위를 딸 수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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