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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 점거한 한국당, 문희상 “이럴 거면 멱살 잡아라”

입력
2019.04.24 10:54
수정
2019.04.2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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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상 쇼크로 탈진… 국회 의무실서 치료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4일 선거법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서처(공수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도입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실로 몰려가 문희상 의장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설전을 벌였다.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이 둘러싸고 강하게 항의하자 “차라리 멱살을 잡으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상정을 둘러싼 국회 내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이날 국회의장 집무실을 찾아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교체)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오 의원이 이날 패스트트랙 상정을 논의하는 사개특위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하자, 당 지도부는 오 의원의 사보임을 거론하고 나섰다. 상임위원의 사보임은 원내대표의 요청과 국회의장의 승인이 있으면 가능하다.

25일 열리는 사개특위에선 오 의원의 찬성표가 없으면 공수처 설치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면 사개특위 의원 18명의 5분의3 이상인 최소 11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확실한 찬성표는 더불어민주당 위원 8명, 민주평화당 위원 1명 등 9명에 그친다. 자유한국당 7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질 게 뻔해, 바른미래당 오신환ㆍ권은희 위원 2명 모두 찬성해야 패스트트랙 처리가 가능하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의장에게 “국회 역사상 제1야당과 협의 없이 선거제를 일방적으로 바꾼 사례는 없다”며 “국회의 큰 어른인 문 의장이 나서서 제지해달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문 의장은 “내가 큰 어른이 맞느냐”며 “어른이라고 말씀을 드리면 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현했다.

사보임과 관련해서는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합의에 의해 한다는 게 의회민주주의자로서의 소신”이라며 “이렇게 겁박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후의 결정은 내가 한다. 국회의 관행을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문 의장은 한국당이 먼저 합의에 나서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이은재 한국당 의원이 “의장직을 사퇴라하”고 소리치는 등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문 의장의 자제 요청에도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가 20여분간 계속되면서 문 의장은 결국 집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의 퇴장을 몸으로 막으며 “우리가 보는 앞에서 확답을 하라”고 소리쳤다. 김명연 한국당 의원은 문 의장의 바로 앞을 가로막았고, 경호원이 다가오자 밀쳐내는 등 위협적 모습도 보였다. 문 의장은 “이럴 거면 차라리 멱살을 잡아라” “의장한테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그냥 보내 드리세요”라고 하자 그제서야 문 의장을 빠져 나가게 했다. 문 의장이 자리에서 일어난 지 30여분 만이다. 문 의장은 현재 탈진 증세를 보여 국회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문 의장이 굉장히 충격이 심해 저혈당 쇼크 상태”라며 “절대적인 안정을 요한다.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오신환 의원의 진의를 확인하고 의총에서 합의된 사안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맞다는 점을 다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도 “오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사보임 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오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단언코 사보임을 거부한다”며 “제 글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강행한다면 그것은 당내 독재”라고 반발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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