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의 우충좌돌] 대통령의 약속과 정부 운영의 괴리

입력
2019.04.10 04:40
30면

 대통령의 약속은 계속 겉도는 대신 

 정부의 오만과 무능은 커지고 있다 

 그것이 수구세력을 키워 줄 수 있다 

3주 전에 칼럼을 쓸 때 최저치를 기록했던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깨졌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41%가 나왔는데, 대선 때 득표율과 같다. 불길한 징조다. 국민의 지지가 반토막이 났으니, 정부에 혹독한 시절이 왔다. 처음엔 정부가 국민과 거의 한 몸이라고 여겨졌고, 2018년 지방선거는 그 믿음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놀랄 정도로 빠르게, 청와대는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정부가 적폐를 정리할 도덕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의심하니, 촛불 국민과 ‘한 몸’이라는 큰 자산을 정부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 그런데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면, 유감스럽게도 더 나쁜 일이 아직도 남아 있다.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청와대 대변인이 사퇴한 뒤, 곧바로 국민소통수석이 또 사고를 쳤다. 그는 국토부 장관 후보가 집을 세 채 가진 게 무슨 문제며, 다른 장관 후보가 아들에게 포르셰와 벤츠를 사준 게 또 무슨 문제냐며 따졌다. 인사검증 7대 원칙이 기본적으로 불법성 여부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니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겠지만, 국민소통수석이라면 마땅히 다르게 생각해야 했다. 그 자리는 좁은 의미의 불법을 넘어서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자리 아닌가. 불법 여부만 따지면, ‘소통’이 중요할 필요가 없다. 포르셰 등과 관련하여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한 언론이 있었지만, 사실 불법이냐 아니냐는 물음은 여기서 핵심이 아닐 것이다.

정책을 집행할 부처의 장관이 단순히 불법을 저지르지만 않으면 충분한가? 고위직 인사는 정부가 설정한 인사검증 7대 원칙에도 걸리지 않아야 하지만, 사회적 논란이나 비난에도 걸리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인사검증 7대 원칙은 위장전입 같은 법률 위반만을 다룰 뿐, ‘부동산 투기’와 같은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는 다루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 소유자들의 투기성 투자가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정책을 스스로 조롱하는 인사를 왜 해야 하는가.

그의 발언은 단순히 개인의 의견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국민과 소통을 담당한 수석의 발언은 상당 부분 청와대의 집단 의견을 반영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당당하기 힘들다. 저 두 후보가 낙마했음에도 청와대가 어떤 잘못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불길하다. 부패한 박근혜 정부에서 청문회 보고서 없이 장관급에 임명된 사람이 10명인데, 깨끗함을 약속한 정부가 2년 만에 그 숫자를 넘어서다니, 놀랄 일이다. 깨끗하지도 못하고 오만하다는 인상이 커지는 것을 왜 모르는가?

더 나아가 민생 문제에서의 무능이 지지율을 떨어트리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의 상당수인 강남좌파가 도덕성뿐 아니라 무능에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데,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강남좌파는 이전에도 비판의 대상이었고, 또 보수가 강남좌파에 대해 비아냥거리지만 보수는 더하지 않은가. 오히려 문제는 강남 좌파의 도덕적 해이와 무능이 이전보다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착한 말’과 실제 정부 운영이 계속 겉돌고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하다”고 대통령이 말했으면, 정책이 그것에 상응해야 했다. 또 “역대 가장 깐깐한 인사 검증을 했던 민정수석이 저 문재인”이라는 말에 부응하여, 정부가 운영되어야 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은 어디로 갔는가. 취임사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거꾸로’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괴리를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정부의 오만과 무능은 수구 야당이 목소리를 높일 빌미와 핑계가 되고, 심지어 그들을 키워 줄 수 있다. 겸손과 유능으로 우월해야 할 정부 아닌가.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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