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드라마 ‘SKY캐슬’과 한국교육의 위기

입력
2019.02.18 04:40
30면

입시경쟁 풍토가 낳은 왜곡된 군상

욕망 이면에 놓인 사회구조적 측면

교육해법, 국가개혁 틀에서 찾아야

호화스러운 타운하우스에 사는 등장인물들은 존재의 결핍을 욕망이라는 허상으로 채운다. 희소가치를 가진 학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광기는 일상에서도 이브닝파티 드레스에 버금가는 옷을 입고 생활하는 가정주부들의 모습과 잘 어울린다. 그러한 욕망은 결국 죽음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권선징악은 사라지고 모두가 해피엔딩. 대중을 계몽하려는 애초의 시도는 이러한 화해의 모드를 통해 무산되었다. 학교를 자퇴한 후에도 검정고시와 수능을 통해 서울대 의대를 입학하려는 욕망은 그대로 남은 것처럼 말이다.

장안의 화제를 모으며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SKY캐슬’은 학부모들의 교육행태를 비극적 해학으로 비틀면서 우리 교육문제를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은 공감하였고 대리만족을 누렸다. 교육문제의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드라마는 교육의 본질, 참된 인간형성, 주체적인 인간, 인간에 대한 사랑, 행복한 인생 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드라마 ‘SKY캐슬’이 제시한 왜곡된 자식사랑,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성취욕, 미성숙한 인간 등과 같은 가치 규범적인 소재 이면에 놓인 교육의 심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따져야 할 때이다.

드라마 속의 학부모들이 골몰하고 있는 입시전략은 상위층 학부모들의 교육행태들 중에서 하나의 유형에 해당된다. 그들은 교육을 통해 지위를 성취한 전형적인 고학력 학부모일 뿐,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주장하는 자산소득에 있어서 상위층에 드는 계층은 아니다. 이들은 자녀를 미국 북동부 지역의 ‘상위리그 학군’으로 보내고 장차 가업을 잇게 하는 계층과 다르다. 가진 것이라곤 고학력 전문직이기에 자식들에게 동일한 전문직을 물려주고 싶은 계층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 상위층들의 자녀교육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이미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다. 한편 현재 우리의 극심한 입시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계층의 폭은 좁혀지고 있다. 중간층 일부와 하층은 이미 참전을 포기한지 오래되었다.

사실상 우리 교육의 질과 양은 가계 부문의 고통을 담보로 지탱되어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사교육비를 완화하는 정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경쟁교육을 완화하기 위해 석차등급 조정, EBS 연계 수능출제, ‘물수능’, 수시전형 확대 등도 시행해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교육의 꼬리 부분인 평가가 교육의 전체를 흔드는 패착만 반복하였다.

학부모들의 교육적 욕망은 몰가치적이다. 그들의 교육행동은 마치 시지포스의 행동처럼, 자식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부모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감에서 온 것이다. 따라서 학부모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아이들의 미래 생애설계를 준비해주는 대안으로서 학교교육밖에 없는 우리의 사회구조, 그리고 국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해결과제는 학교교육을 둘러싼 국가적 사회적 수준의 접근을 필요로 한다. 왜곡된 노동시장 개혁, 대학 서열구조 완화, 대학입시제도 개선, 초중등교육 정상화... 이것이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순서이다. 지금까지 교육개혁 논의는 죄다 ‘얼치기 개혁’ 수준에 불과하다. 교육정책만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순진하거나 사회 전체적 조망 능력이 결핍되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라는 파국을 앞두고 있다. 이에 선발권을 가진 대학이 그 권위를 계속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래 산업사회도 결코 장밋빛 전망을 갖고 있지 못하다. 만성적인 실업, 승자독식 산업구조, 불평등과 양극화의 확산 등. 여기서 가장 비관적인 것은, 교육정책이 이러한 상황을 선도적으로 준비하기는커녕 준자연사적인 사회변동에 의해 그 정향점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근본적인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육을 미래 국가 개혁정책의 전체 틀에서 보는 안목이 절실히 요구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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