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국민연금 개편안 ‘퇴짜’... “전면 재검토”

입력
2018.11.07 21:00
수정
2018.11.07 22: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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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반발에 밀려 국민연금 개혁 후퇴하나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강남 사옥. 홍인기 기자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강남 사옥. 홍인기 기자

국민연금 제도 개편을 두고 논란이 들끓자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직접 진화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15일 공개할 예정이었던 ‘국민연금종합계획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복지부는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로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3가지 안팎의 안을 준비 중이었는데, 보험료율 인상폭이 예상보다 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여론을 의식해 결국 국민연금 개편이 대폭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7일 오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종합계획안 초안을 보고 받고 “그 동안 수렴해온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하되 국민들의 의견이 보다 폭넓고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ㆍ보완하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이 가져온 안이 현재 국민들이 생각하는 연금 개혁 방향, 국민들이 생각하는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단순 재검토가 아닌 전면 재검토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전문가들이 제시한 보험료율 인상안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여론이 악화될 때도 직접 나서서 “국민 동의 없는 일방적 개편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편안은 3개 이상의 복수안으로 꾸려졌지만 모두 1998년부터 9%에 묶여 있던 보험료율을 대폭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올해 45%인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을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 즉각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50%로 더 높이고 보험료율은 13%로 즉각 인상하는 안, 그리고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떨어뜨리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되, 보험료율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15%까지 올리는 방안 등이다.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든, 재정 안정을 꾀하든 보험료율 대폭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개편안의 핵심인 셈이다.

[저작권 한국일보]복지부 대통령 보고 국민연금 개편-박구원기자 /2018-11-0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복지부 대통령 보고 국민연금 개편-박구원기자 /2018-11-07(한국일보)

문 대통령이 문제 삼은 것도 보험료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특히 보험료율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가장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과 눈높이에 맞추는 게 (정부안의) 대원칙이고, 몇 가지 방안은 지침을 주셨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정부안이 일부 공개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험료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청원이 수십여개 올라왔다. 정부 안팎에서는 복지부가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담는 과정에서 거론된 모든 안을 넣다 보니 ‘소득대체율을 40%로 감액하되 보험료율을 16~17%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안도 대안으로 포함시킨 것이 대통령이 ‘퇴짜’를 놓은 결정적 이유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부처 간에도 이견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복지부는 국민연금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쪽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연금 개편에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한다.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막 시작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연금특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서 논의를 이끌어가도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울 텐데 참석하는 부처 관계자마다 생각이 다르고 수수방관하는 느낌”이라며 “이대로라면 연금특위를 진행시켜도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따라 오는 15일 공청회를 열어 정부안을 공개하고,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하려던 복지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수정안을 내놓는다 해도 보험료율을 찔끔 올리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어 ‘개혁’이라는 표현은 무색해질 공산이 크다. 특히 내년 7월까지 일정이 잡혀있는 경사노위 연금특위의 의견 반영과 국회 논의, 그리고 2020년 총선 일정까지 감안하면 개혁안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07년 개혁안이 국회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도 무려 5년이 소요됐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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