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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인류는 언제 최초로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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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세계사
탄베 유키히로 지음·윤선해 옮김
황소자리 발행·252쪽·1만5,000원
칼디라는 염소치기 소년이 어느 날 산에서 염소들이 흥분한 모습을 보았다. 가만히 지켜보니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뜯어먹고 있었다. 소년도 따라 먹어봤더니 기분이 좋아져서 염소들과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이 전설은 인류와 커피나무의 최초 만남으로 전해 내려온다.
또 다른 발견설도 있다. 이슬람 수도자 쉐이크 오말이 무고로 예멘의 모카라는 마을로 추방돼 산중을 헤매고 있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그는 빨간 열매를 발견해 이를 따먹었다. 그랬더니 피로가 회복됐다는 전설이다.
더 과거로 가보자. 커피나무는 언제 지구상에 나타났을까. 약 1440만년 전 현재의 카메룬에 해당하는 중앙 아프리카 지역에서 원시적인 커피나무 동종이 생겨나 아프리카 대륙 일대 열대림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대규모 지각변동으로 에티오피아부터 탄자니아로 이어지는 대지구대가 형성됐다. 대지의 균열로 삼림이 분단되면서 각 지역에서 생물이 독자적으로 진화했다. 커피나무는 이 무렵 아프리카 각지에서 다양하게 분기된 것으로 추측된다.
커피 애호가 사이에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탄베 유키히로 박사가 30여 년간 쌓아온 커피의 역사 이야기다. 의사이자 미생물학 교수인 저자는 대학교 1학년 때 핸드드립 커피의 세계에 입문해 커피에 관한 여러 논문을 구해 읽고 온갖 실험을 진행해 독보적인 지식을 축적했다. 이야기는 학자 특유의 정밀한 탐색과 분석이 녹아 들어 신빙성을 더한다.
책은 커피를 주인공으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커피나무의 탄생부터 인류와의 최초 만남, 세계로 확산된 커피의 여정, 영국 근대화의 불씨를 당긴 런던 커피하우스 풍경 등 장대한 이야기가 극적으로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의 관계를 풀어나가며 그에 얽힌 과거 정치경제 정세까지 유기적으로 확장해나간다.
일본과 한국의 커피 트렌드와 서드 웨이브(한 잔씩 정성 들여 내리는 커피) 시대에 진입한 상황, 커피의 미래에 대한 고찰이 커피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전한다.
꽉꽉 눌러 담은 방대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이후 마시는 커피의 맛이 달라질 듯하다. 인류 역사보다 오래됐을지 모를 커피의 존재를 다시 보게 된다. 지적 욕구의 충족을 넘어 커피의 달콤 쌉싸름한 맛까지 살려주는 책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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