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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가는 강아지, 버려지는 고양이… 추석 반려동물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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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약이 꽉 찼더라고요. 이렇게 빨리 마감될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1살이 채 되지 않은 치와와 ‘콩이’를 키우는 김한별(25)씨는 다가오는 추석에 대한 걱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김씨는 “사정이 있어 키우는 강아지를 고향에 데려갈 수가 없는데 기존에 이용했던 반려동물 호텔 예약이 이미 가득 차버렸다”며 “다른 곳을 이용하자니 불안한 마음도 있고 반려동물관리사인 ‘펫시터’를 고용하거나 무리를 해서라도 함께 내려가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반려동물의 처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고급 반려동물 전용 호텔에 맡겨져 연휴 동안 아로마테라피 등의 전문 관리를 받는 반려동물이 있는가 하면, 언제 길거리에 버려질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반려동물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고급 애견호텔은 객실 수가 30개가 넘지만 이미 예약이 가득 들어찼다. 하루 숙박비가 중형견 기준 6만원에 이르지만 행여나 예약을 하지 못할까 3주 전부터 미리 예약을 한 손님도 있었다. 10살 된 말티즈를 키우는 대학생 김유정(22)씨는 “이번 추석 때 반려동물 호텔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며 “돈을 아무리 지불하더라도 내 가족을 정성스레 보살피는 곳에 맡기고 싶다”고 밝혔다. 심지어 국내의 한 백화점에서는 20만원이 넘는 반려동물용 추석 선물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반면 길거리에 버려지는 반려동물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구조된 유기동물의 수는 2016년 8만9,700마리에서 지난해 10만2,600마리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추석 연휴 전후로 4주 동안 무려 1만600마리의 유기동물이 구조되기도 했다. 이는 추석 연휴를 편하게 보내기 위해 미리 반려동물을 유기하거나 추석 연휴 도중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지난해 구조돼 보호센터로 보내진 유기동물 중 절반은 결국 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를 당해 생을 마감했다.
반려동물 호텔에 반려동물을 맡기고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송파구에 위치한 한 반려동물 호텔 직원은 “사전에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유기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다”며 “마음만 먹으면 주소와 전화번호는 거짓으로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행강 박운선 대표는 “지난 추석 연휴 때 반려동물 호텔에 시추 일가족 6마리를 맡긴 후 데려가지 않아 구조해 보호센터로 보낸 적이 있다”며 “이번 추석 연휴에도 이렇게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넘쳐날 것”이라고 밝혔다.
활동가들은 명절 같은 환경 변화로 인해 유기되는 반려동물이 많다며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추석 연휴에 유기동물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보호센터가 어렵지만 평일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김현지 정책팀장도 “추석 연휴 장거리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무책임하게 유기하는 것이 우려된다”며 “추석 연휴에도 당번을 서며 보호소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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