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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후폭풍… 포항시내버스 ‘올 스톱’ 위기

입력
2018.09.13 17:30
수정
2018.09.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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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교대제로 초과 근무 104→13시간 돼

월 근무시간 비슷… 수당 50만원 이상 줄어

노 “임금 삭감 없는 변경” 사 “삭감 불가피”

경북 포항시 북구 장량동 시내버스 양덕차고지에 주차된 포항 시내버스에 노조원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현수막이 달려 있다. 김정혜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 장량동 시내버스 양덕차고지에 주차된 포항 시내버스에 노조원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현수막이 달려 있다. 김정혜기자

서민의 발인 포항시내버스가 멈출 위기에 처했다. 포항시내버스 노조가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초과근무수당 보전을 둘러싼 이견으로 14일까지 파업찬반투표에 돌입했다. 최종 협상 결과에 따라 전면 운행중단도 우려된다.

경북 포항시내버스 노조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근무형태 변화로 ‘초과’근무시간이 줄더라도 임금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파업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포항시내버스 회사인 ㈜코리아와이드포항 노조(조합원 317명)는 포항 북구 장량동 시내버스 양덕차고지와 포항 남구 오천읍 문덕차고지 2곳에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3차 조정안(하루 30분 초과근무, 급여 295만원)을 놓고 13, 14일 찬반투표를 실시 중이다. 투표함은 14일 오후 3시쯤 양덕정류장 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현재 하루 14.5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루 8.5시간씩 2교대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에 따른 초과근무 시간이 월 최대 104시간에서 13시간으로 급감하면서 월급도 평균 323만원에서 260여만원으로 50만 원 이상 줄게 되기 때문이다.

하루 14.5시간씩 격일제로 근무하는 포항시내버스 운전사 급여 계산법은 일반 기업과 다소 다르다. 주 단위로 40시간 넘는 시간을 초과근무로 하는 게 하니라 일 단위로 산정한다. 근무일 8시간은 기본근무, 6.5시간은 초과근무로 시간당 임금이 더 많다. 기본근무시간은 주 24~32시간에 불과한 반면 초과근무시간이 더 많은 구조다.

2교대제로 하게 되면 시급이 낮은 기본근무시간 비중이 느는 반면 초과근무시간이 크게 줄 수밖에 없다. 한 달 전체 근무시간은 232시간에서 221시간으로 11시간밖에 줄지 않는다. 현행 시급으로는 11시간 적게 일하면서 50만원 이상 가벼워진 월급봉투를 받게 되는 셈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포항 시내버스 노조원이 사측과 임금협상 조정안을 놓고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포항 시내버스 노조원이 사측과 임금협상 조정안을 놓고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노조는 시급인상 등의 방법으로 월급을 현행대로 유지해 줄 것으로 요구했지만 사측은 운전사 추가고용 등 비용증가로 인해 삭감할 수밖에 없다며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고용 운전기사가 50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는 결국 근로자 입장에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코리아와이드포항 관계자도 “근로자 전체 임금이 줄어도 직원을 더 뽑아야 해 회사의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노사 모두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포항시내버스는 운영적자로, 해마다 100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고 있어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비용 증가로 포항시가 부담해야 할 지원금액도 늘게 됐다. 포항시는 기사 추가 채용으로 연 20억 원, 이번 임금 조정으로 연 10억 원을 합쳐 연 보조금이 30억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보조금으로 적자를 메워주는 현 시스템 상 주 52시간제에 따른 추가 부담을 포항시민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 서비스인 시내버스가 시민 안전과 직결된 만큼 주52시간제 도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많다. 포항시내버스 한 기사는 “하루 14시간 넘게 운전대를 잡는 격일근무제는 전국 버스업계에 보기 어려운 근무형태다”며 “초과 근로시간이 줄어 당장은 임금이 깎이고 시민들이 부담해야 할 부분도 늘어나겠지만 시민안전을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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