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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주 비자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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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은 총칙 제1조에서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삼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들고 있다. ‘실질적인 지방분권 보장’과 ‘국가발전 이바지’다. 지방분권의 방법으로 ‘지역적ㆍ역사적ㆍ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며, 국가발전을 위해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한다고 했다.
▦특별자치도가 되고 12년이 지나는 동안 제주는 인구와 소득, 관광객 증가로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했다. 지난 5월 기준 제주 인구는 68만5,662명으로 2006년보다 23% 가까이 늘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도 1,500만명 안팎으로 10여년 전에 비해 2배 증가했다. 7배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숫자는 놀랄 정도다. 그 덕에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6년 기준 16조9,861억원으로 2배 불어났고 1인당 GRDP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임기 중 2019년 GRDP 25조원을 목표로 내건 적도 있었다. 지난 10년간 성장률도 전국 광역지자체 중 늘 상위권이었으니 ‘발전’의 성과는 분명하다.
▦그러는 사이 제주 안팎의 많은 사람들은 제주의 다른 가치에 주목했다. ‘쉼’과 ‘치유’의 공간으로 제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제주 한 달 살아보기’는 이런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다. 격렬한 노동과 돈벌이, 어렵기만 한 인간관계의 탈출구로서 제주를 상징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제주 올레’다. 특별자치도 지정 이듬해 첫 코스를 연 올레는 ‘놀멍 쉬멍 걸으멍 고치(놀며 쉬며 걸으며 함께)’의 이념에 공감한 많은 육지 사람을 제주로 끌어들였다. 해외에서도 일본 규슈와 몽골이 올레길을 만들었고, 10월에는 3ㆍ11 대지진 피해지역인 일본 동북 미야기현에 새 길이 열린다.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숲 벌목이 논란이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에도 꼽혔던 길 주변 삼나무가 도로 확장을 위해 베어지자 환경단체들이 반대해 공사가 중지됐다. 삼나무가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제주 자생종도 아니고 벌목으로 삼나무숲이 깡그리 없어지는 것도, 주변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도 아닌데 반대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제주도가 이런 주장에 솔깃해 애초 계획대로 도로를 확장한다면 제주의 가치를 내다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판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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