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vs 기무부대장 국회서 초유의 진실공방

입력
2018.07.24 19:18
수정
2018.07.24 22:5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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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령 문건 잘못 아니라고 말해”

송영무 “완벽한 거짓말” 부인

“고강도 기무사 개혁에 반발” 해석도

이석구(왼쪽) 국군 기무사령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방위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배우한 기자
이석구(왼쪽) 국군 기무사령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방위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배우한 기자

국군 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방부 장관과 현직 기무사 부대장이 면전에서 진실공방을 벌이는 초유의 장면이 연출됐다. 기무사령관의 장관 보고 시간을 두고도 발언이 엇갈리는 등 국방부 장관에 기무사가 맞서는 상황이 이어졌다.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은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송영무) 장관이 7월 9일 오전 간담회에서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민 대령은 작정한 듯한 어투로 “당시 간담회에는 장관 외 14명이 참석했고, 각 실장들이 돌아가면서 보고하면 장관께서 지침을 주거나 말씀하시는 순서였다”며 “장관께서는 여러 업무를 소관하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날 수 있다. 그러나 저는 기무사령부 관련 말씀이어서 명확히 기억을 한다”고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이어 “저는 현재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다. 따라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답변 드리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민 대령 말이 사실이냐’고 묻자 송 장관은 격앙된 표정으로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자 민 대령은 “당시 간담회 내용은 운영과장이 PC에 쳐서 기무사에 보고를 했다. 그 내용이 다 있다”고 송 장관 발언을 반박했다. ‘해당 문건을 제출할 수 있느냐’고 이주영 한국당 의원이 묻자 민 대령은 “제 직권으로는 할 수 없고 상부 지시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회의에 참석 중이었던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만약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촛불집회 계엄 검토 문건이 아니라) 2~3월쯤 제기됐던 수도방위사령부의 위수령 검토 문건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저는 수방사가 위수령을 검토한 사실이 있어 시대에 맞지 않는 위수령을 폐기할 것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시점이 언제인지 아셔야 할 것 같다. (송 장관이) 그 시간(7월 9일 간담회) 그런 말씀은 안 했다”고 거들었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송 장관이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논란을 계기로 고강도 기무사 개혁에 나서자, 민 대령이 대표로 나서 작심하고 불만을 터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해당 국방부 간담회에는 민 대령이 직접 참석했으며 간담회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통상적 업무인 만큼 민 대령은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을 담은 자료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당시 간담회에서 송 장관이 분명히 밝힌 내용이 있는데, 다른 말을 하고 있으니 간담회에 직접 배석한 민 대령이 확실하게 밝히고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이석구 사령관이 지난 3월 기무사 문건을 송 장관에게 보고한 정황을 두고서도 두 사람의 설명이 엇갈렸다. ‘3월 16일 송 장관에게 기무사 문건을 제출하자 송 장관이 놓고 가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진 것이 사실이냐’는 서청원 무소속 의원의 질문을 받은 이 사령관은 “이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대면보고 했다”고 답했다. 송 장관은 그러나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 두꺼워서 다 볼 수 없으니 놓고 가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령관은 그러나 송 장관에게 20분 동안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또 기무사 문건이 작성됐을 당시 기무사 3처장이었던 소강원 참모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문건 작성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소 참모장은 “한민구 (당시) 장관이 위중한 상황임을 고려해 위수령과 계엄령의 법적 절차 등을 검토하라고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 전 장관이 당시 (67쪽짜리 문건과 같은) 세부 계획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느냐’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질문에 그는 “(한 전 장관이) 세부 계획이라고는 딱히 말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8장짜리 원본(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만들고 난 뒤 조 사령관이 한 장관에게 보고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67쪽짜리 자료(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같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소 참모장은 “한 장관이 (문건을 보고 받은 뒤) ‘알았다’고 한 것을 (조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며 “조 사령관은 해당 문건을 나중에 ‘훈련’에 참고할 수 있도록 존안(보존)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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