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조사 내용까지 삼성 측에 알린 사망 노조원 아버지

입력
2018.07.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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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측 6억원 받고 염호석 분회장 노동조합葬 가로 막아 

 검찰 조사 받은 뒤 조사 내용 삼성 측 누설하고 연락 두절 

 법원 “증거인멸 등 염려 부족” 구속영장 기각 

 검찰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인식 부족” 반발 

삼성그룹 계열사 및 관련사 4개 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4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이재용 부회장에게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본관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삼성그룹 계열사 및 관련사 4개 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4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이재용 부회장에게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본관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탄압에 반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조원의 아버지가 검찰에서 조사 받은 내용을 삼성 관계자에게 보고하고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종적을 감췄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1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고(故) 염호석 경남 양산센터 노조 분회장의 아버지 염모씨는 검찰에 소환돼 조사 받은 내용을 삼성 측 관계자에게 극비리에 보고했다. 이후 염씨는 검찰과 연락을 두절하고 행적을 감췄다.

염씨는 2014년 아들 호석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노동조합장(葬)’으로 장례를 치러달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삼성전자서비스 측으로부터 6억원을 받고 회유돼 ‘가족장(藏)’으로 변경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지난 4월 20일 염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검찰은 “센터 관계자에게 돈을 받고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고, 이후 삼성전자서비스와 센터 관계자들의 자백도 받았다.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출범한 뒤 사측의 노조 탄압을 받던 호석씨는 이듬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유서에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때 장례를 치러 달라”고 적었다. 노조는 유족 동의를 받아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지만 염씨는 돌연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했고, 경찰은 염씨 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신양도 요청 절차도 밟지 않고 호석씨 시신을 가져갔다.

염씨는 조사를 받은 뒤 조사 내용을 삼성 측 관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이후 검찰은 염씨의 위증 등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재차 소환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염씨가 삼성 측과 연락한 후였다. 염씨는 2014년 8월 호석씨 장례식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 재판에서 “가족장으로 장례방식을 변경한 건 삼성 측과 관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삼성과 염씨의 연결고리로 의심 받고 있는 지인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염씨 소재를 파악해 지난달 28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거쳐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위증 혐의를 시인하고 있고 위증교사 혐의에 관해 향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사정도 뚜렷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염씨가 받고 있는 위증 혐의는 사법 절차를 무력화하는 중대 범죄로, 법원에서도 엄하게 취급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염씨가 연락을 끊고 도피한 정황도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죽음을 통해 노조 파괴 공작을 알리려던 아들의 마지막 노력까지 뒷돈을 받아 덮고, 검찰에서 조사 받은 내용까지 삼성 측에 알려줬다면 사안이 중대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염씨는 위증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위증 교사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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