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우군 하나 없네요” 연일 뭇매 맞는 고용부

입력
2018.06.27 04:40
수정
2018.06.27 10:00
4면

홍영표, 김영주 장관 직접 겨냥

최저임금 홍보 부족 지적하며

“청와대가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아”

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시사에

청와대 “대법 판결 지켜봐야” 제동

노동계ㆍ재계는 주 52시간 성토

“개각 대상 포함될라” 뒤숭숭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된 '고용부, 현장노동청 개청식'에 참석해 노동자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된 '고용부, 현장노동청 개청식'에 참석해 노동자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 정부 내각의 ‘구멍’은 환경부나 교육부, 여성가족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었다. 재활용 폐기물, 대학입시, 미투(#Me Too) 등 현안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서 여론의 질타 대상이 됐다.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 정부에서 집중 포화를 맞는 부처는 단연 고용노동부다. 정책 대상자인 노동계와 재계로부터 온갖 성토가 쏟아지는 것은 물론, 청와대와 여당과도 불협화음을 노출하고 있다. 3선 의원 출신의 김영주 장관으로서는 사방을 둘러봐도 우군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다. 여권과 청와대 안팎에선 김 장관이 개각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한 홍보 부족 등을 지적하며, “청와대가 아무리 말을 해도 장관이 듣지 않는다”며 김 장관을 정조준해 직격탄을 날렸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현직 장관이자 같은 당 선배를 대놓고 비판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홍 원내대표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같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이나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확연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홍 원내대표는 앞선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의 모든 것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인 것처럼 국민들이 이해하도록 방치한 것은 정부 측에서 반성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는 확실히 선을 그어왔다. 대신 그는 일자리안정자금 집행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만 공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장관은 청와대와 삐걱대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지난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 취소가 정부 직권으로 가능한지 법률 검토를 거치고, 청와대와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행정해석을 변경해 법외노조 직권취소가 가능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바로 다음날 브리핑에서 “법외노조에 대한 직권취소는 불가능하며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고 일축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 장관의 발언이 너무 앞서 나가자 이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노동계와 재계, 그리고 여론의 평가는 더 부정적이다.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4개월 동안 팔짱만 끼고 있다 시행 한달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 되어서야 뒷북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준비는 충분하다”고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일관하다 결국엔 시행을 열흘 남기고 6개월 시정기간을 부여하는 등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해왔다는 지적이다. 김 장관이 부랴부랴 현장노동청을 설치한 것을 두고도 보여주기식 행보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러다 보니 김 장관의 개각 포함 가능성도 대두된다. 여권 한 인사는 26일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개각 대상에 포함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노동정책 전반이 고전하면서 여러모로 뒤숭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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