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목동 승강기 추락, 징조 있었지만 방치했다

입력
2018.06.26 04:40
수정
2018.06.26 10: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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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사망 사고 23일 전

문 열린 채 두 차례나 내려가

제동력 저하 방지조치 필요했지만

관리업체는 엉뚱한 부품만 교체

백화점도 공단에 통보 안해 ‘공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 1월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 엘리베이터 추락사고는 승강기 유지관리업체와 백화점이 사고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추락 한 달 전 유사 사고가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본보가 입수한 승강기사고조사판정위원회의 ‘행복한백화점 엘리베이터 사고 판정 결과’에 따르면, 제동기 스프링 조절 불량 및 라이닝(브레이크 표면의 마찰재) 마모 등에 의한 제동력 저하가 추락 원인이고, 이는 유지관리업자의 과실과 백화점 측의 적절하지 않은 안전관리로 인한 것이었다.

승강기 유지관리업체 Y사는 심지어 관련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점검 방법이나 부품 교체 시기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 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다. 교체시기를 3년이라고 스스로 정해놓은 라이닝은 사고 승강기의 경우 6년 이상 바꾸지 않고 쓰고 있었다. 사고 승강기 라이닝은 1㎜ 이상 마모되면 교체하도록 권장되고 있지만, 확인 결과 2~3㎜ 수준으로 마모돼 있었다.

점검은 주먹구구였다. 위원회는 “Y사가 매달 제동기 작동 여부 등을 육안으로 확인해 그 결과를 A(양호)로 기록했다고 하나, 라이닝 등 부품 상태를 보면 실제 육안점검을 했는지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육안으로라도 확인했다면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하지 않고 거짓으로 점검을 했단 얘기다.

추락사고의 전조가 사고 23일 전 발생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7일 사고 승강기는 25명을 태운 채 영화관이 있는 6층에 도착한 뒤 문이 반쯤 열렸다 닫힌 후 이유 없이 5층으로 내려가는 현상이 두어 차례 반복됐다. 이 역시 제동력 저하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Y사는 정확한 고장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제동력과 상관 없는 엉뚱한 부품을 교체했다는 게 위원회 설명이다.

백화점 대응 역시 미흡했다. 전조 현상의 경우 엘리베이터 내에 이용자가 갇히는 등 중대 고장이 발생하면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알려야 하지만 백화점은 이 사고를 공단 측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6년 11월 14일과 지난해 12월 20일 두 차례에 걸친 정기검사에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문이 열린 상태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보완할 것을 권고했지만, 백화점은 의무사항이 아닌 시정권고라는 이유로 개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주기적인 점검 및 부품 교체, 수리 등을 통해 안전성을 유지할 책무가 있는 유지관리업체가 유지관리를 잘못해 발생한 사고”라며 “유지관리업체가 고장 원인을 확인할 수 없을 때는 추측하지 말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 반드시 조치를 완료한 후 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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