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5억 올랐는데 세금 몇백 더 낸다고 팔겠어요?

입력
2018.06.25 04:40
수정
2018.06.25 15: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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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폭 예상보다 적어 감당 수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 평가도

다주택자, 공시가 조정에 더 촉각

“최종안 지켜보자” 시장 관망세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 1년간 서울 강남 집값 상승 폭이 3억~5억원인데 세금 100만~200만원 더 나온다고 집을 팔겠어요? 오히려 보유세 인상 폭이 우려했던 것만큼은 아니라는 분위기예요.”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된 뒤 시장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보유세 강화로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증가하고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적다는 반응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보유세 개편은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재정개혁특위가 제시한 4가지 보유세 개편안 중 종부세 부담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 것은 세 번째 안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10%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면서 동시에 주택 종부세율도 0.5~2.5%포인트씩 올리는 것이다. 이 경우 강남에 20억원(공시가격 기준)이 넘는 1주택 보유자는 종부세를 지금보다 100만∼200만원 가량 더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 합산 30억 규모의 다주택자는 최고 37.7%를 더 부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자는 “공시가격이 20억원이면 시세는 30억원도 넘는다”며 “매년 보유세로 1,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내는 이런 강남 다주택자들이 종부세가 수백만원 더 나온다고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 증가폭보다는 시세 증가폭이 훨씬 커 집을 팔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현금 여유가 없는 퇴직자들에게는 보유세 인상이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노무현 정부 당시 다주택자 가운데 퇴직자들은 집값이 많이 올라도 고정 수입이 없다 보니 친척에게 돈을 융통해 세금을 내다 결국 집을 매각한 경우가 있었다”며 “소득이 꾸준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세금 인상은 큰 부담이고 특히 대출이 있다면 오래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종부세 인상보다는 시세를 반영한 공시가격 조정이 다주택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지만 공시가격에는 이러한 시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시세를 따라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공시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종부세가 2,3배로 뛸 수도 있어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개편보다 공시가격 조정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양도소득세 중과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예고 등에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 또 다른 변수가 될 보유세 개편안에 매도ㆍ매수자의 ‘눈치보기’가 한층 심해진 것이다. 2,440가구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연초 전용면적 115㎡가 26억8,000만원에 주인이 바뀐 뒤 아직까지 매매 계약을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며 “보유세 개편도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매도ㆍ매수 희망자 모두 일단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전 팔려는 사람들은 이미 다 팔았다는 설명이다.

최근 강북에서 상승세를 주도했던 용산ㆍ마포구 등도 큰 움직임은 없다. 아직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보유세 개편안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역시 관망세가 이어지는 이유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보유세 강화 방침은 일찌감치 시장에 예고돼 있던 터라 최종안이 확정된 후에야 시장의 움직임도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일부 개별 호재가 있는 곳을 제외하면 한 동안 매매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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