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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진 마스크ㆍ장갑만 달랑 주고…” 라돈 침대 수거에 뿔난 집배원

입력
2018.06.14 15:26
19면
총리실, 수거 부진하자 ‘강제 동원’ 노조 “안전교육, 작업후 검진 등 대책도 없이 작업만 지시” 반발
14일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집배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우정본부의 대진침대 매트리스 집중 수거 계획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집배노동조합 제공ㆍ연합뉴스
14일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집배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우정본부의 대진침대 매트리스 집중 수거 계획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집배노동조합 제공ㆍ연합뉴스

“방진 마스크에 장갑 하나 달랑 주고 ‘방사능 침대’를 옮기라고 하니 막막합니다.”

경기도에서 집배원으로 일하는 강모(37)씨는 우정사업본부가 이번 주말 동안 ‘라돈 침대’ 논란이 불거진 대진침대 매트리스 회수작업을 벌인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 대진침대 차원에서 민간업체를 통한 매트리스 수거를 진행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국무총리실이 전국 물류망을 갖춘 우정사업본본에 수거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인데, ‘강제 동원’돼야 하는 집배원들은 잔뜩 뿔이 난 상태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집배노동조합은 14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며 집배원들에 대한 선(先) 안전조치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집배노조는 “현장에서는 대진침대 수거와 관련해 어떠한 안전교육 및 사후검진도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집배원들은 16일부터 이틀 동안 수거해야 하는 매트리스의 개수는 알지만, 안전하게 수거하는 방법이나 향후 건강에 어떤 영향이 올 수 있는지는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정사업본부가 회수할 매트리스는 6만~8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이를 위해 집배원과 행정직원 등 우체국 직원 3만명과 차량 3,200대가 투입될 예정이다. 현장에 투입되는 직원들은 안전을 위해 방진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게 된다.

노조 측은 안전한 매트리스 수거를 위한 특별안전보건대책 교육과 의료 상담 및 검사를 최소 요구 사항으로 제시하고, 실제 방사능 노출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먼저 평가한 후에 작업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을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6ㆍ13 지방선거 공보물 배달로 인한 피로가 가중된 상황에서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집배원들의 노동강도 문제도 제기했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안전지침을 제공하고, 현장에 나와 일부 인력을 대상으로 방사성 물질 노출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공보물을 돌리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힘을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희망자를 대상으로 추가 방사능 물질 노출검사도 시행하고, 택배를 나르는 차량으로 매트리스를 옮기며 일반 우편물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원된 차량은 내부환기 및 내ㆍ외부 세차를 실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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