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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파타야 살인 사건’ 진범 피의자 발뺌에 난감한 검찰

입력
2018.05.03 04:40
11면

도박사이트 프로그래머 살해

도주 2년 만에 잡혀 범행 모르쇠

해외서 발생 증거 수집 어려워

살인 대신 감금 등으로 기소

2015년 태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프로그래머 살해 사건 피의자 김모(33ㆍ의자에 앉은 이)씨가 4월 5일 베트남 호찌민 떤션넛국제공항에서 강제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2015년 태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프로그래머 살해 사건 피의자 김모(33ㆍ의자에 앉은 이)씨가 4월 5일 베트남 호찌민 떤션넛국제공항에서 강제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 고급 리조트에서 20대 남성 A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는 갈비뼈 7대와 앞니 4개가 부러져 있는 등 심하게 구타당한 상태였다. 범행을 저지른 3명 중 2명은 사건 직후 자수하거나 현지 경찰에 검거됐지만, 김모(33)씨는 사건 발생 이튿날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사건 발생 두 달 전 김씨 등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개설하기 위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A씨를 태국 방콕으로 불러들였다. 수도권 지역 폭력조직 일원인 김씨는 A씨 여권을 빼앗아 감금하고 군기를 잡는다며 수시로 A씨를 폭행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고, 이를 알아챈 김씨 등은 A씨를 구타해 숨지게 한 뒤 파타야 리조트에 버렸다. 김씨는 도주하면서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전화해 함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윤모(34)씨가 진범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한국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김씨의 적색수배를 신청하고 베트남 공안당국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2년 가까이 수사망을 빠져나가던 김씨는 지난해 7월 한 방송사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사건이 소개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사망 당일 A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 등 첩보들이 경찰에 쇄도했고, 지난 3월 14일 호찌민의 한 한국식당 건물에 은신 중이라는 결정적 제보가 현지 총영사관에 접수됐다. 현지 공안의 공조 끝에 김씨는 붙잡혔고 지난달 6일 국내로 송환돼 구속됐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에서 살해 혐의에 대해 끝까지 잡아뗐다. 자신은 A씨를 살인하지 않았다면서 태국 현지에서 A씨 살인과 마약 복용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징역 15년형을 선고 받은 윤씨가 진범이라고 우기고 있다. 다만 감금ㆍ폭행과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제작ㆍ운영 혐의만 시인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김씨의 살인 혐의 입증에 골머리를 앓았다.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와 진술이 부족한데다 김씨가 검찰에서도 완강히 발뺌하고 있어서다. 구속시한 만료가 임박해 검찰은 지난 1일 결국 살인 혐의를 제쳐두고 우선 감금 및 강요, 폭행, 도박장 개설 등 혐의로만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태국 측에 윤씨 재판 기록 등 관련 자료를 넘겨 달라고 하는 등 사법공조를 요청하고, 김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시한부 기소중지 했다. 검찰 관계자는 “태국 측에서 자료가 넘어 오는 대로 분석해 김씨를 살인 혐의로 추가기소할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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