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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평창 축제와 그 이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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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기간의 평화’만큼은 확실해
그 이후의 불안은 새삼스럽지 않아
즐길 때 즐기고, 또 위기에 맞서야
평창동계올림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연말까지 60% 수준이던 예매율이 1월 29일 현재 목표의 74.1%로 높아져 완판(完販)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됐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 효과를 빼놓고는 다 설명하기 어렵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동안만큼은 한반도를 덮은 위기의 먹구름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국내외로 번졌다. 이젠 누구도 ‘올림피아드의 평화’는 의심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안도감만 해도 얼마나 의미가 큰 것인지는 바로 한 달 전 김정은의 신년사가 나오기 바로 전날인 새해 첫날로 되돌아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새해가 밝으면 새로운 희망과 포부를 품어 마땅한데도 많은 국민은 그럴 수 없었다. 지난해 봄부터 ‘4월 위기’니 ‘10월 위기’니 했던 안보 불안이 잦아들기는커녕, ‘방귀가 잦으면…’ 하는 말처럼 오히려 축적돼 무르익는 분위기였다. 막연한 감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진단이 대개 그랬다. 그런 분위기가 김정은 신년사와 남북회담 재개, 북 선수단 참가방안, 북 예술단 방남 등을 거치며 일변했다.
물론 역류(逆流)도 있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나 개막식 한반도기 공동입장 등에 대한 반발, 특히 2030세대의 이유 있는 반발은 남북관계에 대한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흔들었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는 정치권 일각의 헛발질만 빼고 보면, 이런 역류에서도 적잖은 순기능을 찾을 수 있다. 핵ㆍ미사일 개발 완성 단계에 이른 북한과의 관계가 그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과 동떨어진 ‘정서적 접근’ 방식을 수정하는 계기가 됐음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끼리’란 비현실적 구호가 띠어 온 주술적 힘의 산란(散亂)이다. 정부나 사회 일각에 혹시라도 남북대화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다면 이 기회에 말끔히 씻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날아든 불길한 소식도 보기 나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국정연설에서 거듭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했고,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 대사 지명을 철회했다. 이른바 ‘코피(Bloody Nose) 작전’에 대한 그의 반대가 주된 이유라고 한다. 트럼프 못지않은 대북 강경파인 그가 구체적 전술에 대한 이견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상황도 신기하지만, 당장은 ‘코피 작전’에 대한 트럼프의 강한 애착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잠시 내려놓으려던 안보 우려를 확 일깨웠다.
그러나 이 또한 존속하는 위기의 확인일 뿐 새로운 위기의 대두는 아니다. ‘코피 작전’은 북이 끝내 비핵화 대화에 응하지 않고 핵ㆍ미사일 전력의 완성에 매진, 미국이 인내의 한계에 이를 경우의 군사적 선택의 하나로, 전면적 선제 공격이 부를 역효과를 감안한 제한ㆍ선택적 선제공격이다. 애들 싸움에서 코피가 나면 승부가 결정되듯, 선제공격으로 코피를 터뜨려 반격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발상이지만 누가 봐도 효용은 의심스럽다. 당장 아프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2차 걸프전)에서 미국은 첨단 무기로 탈레반 정부나 사담 후세인 정권의 코피를 터뜨렸지만, 장기 항전의 늪에 빠져야 했다. 하물며 핵미사일까지 보유한 군사강국 북한의 코피를 터뜨려 봤자다.
어른 싸움에서도 ‘안면 선제 타격’의 효과는 절대적이지만, 상대에 미리 “얼굴에 한 방 먹일 거야”라고 알리고 나면 효과가 반감한다. 그러니 빅터 차의 낙마로 ‘코피 작전’을 널리 알린 트럼프의 진의는 북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어 내려는 압박의 일환으로 봐야 할 듯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이 불러 올 ‘불바다’를 우려했던 우리다. 1차적으로 그런 사태를 막는 데 진력하면서도 만일의 사태에도 확고히 대비하자던 우리다. 그렇게 다짐한 노력에 소홀하지 않았다면 ‘코피 작전’ 또한 새삼스러울 게 없다.
세상만사에는 때가 있다. 지금은 어렵게 마련하고 다듬은 축제를 즐길 때다. 그리고 평창 이후에는 냉엄한 안보현실로 되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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