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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담대한 정치, 대범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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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창올림픽 참가 방안 논란 불러
옹졸한 정치, 노심초사 잠시 거두고
큰 눈, 큰 걸음으로 뚜벅뚜벅 가자!
남북이 17일 합의한 북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만만찮다. 개회식 한반도기 공동입장,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반대 여론이 대표적이다. 1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북한 선수단이 각각 태극기와 인공기를 들고 입장하는 데는 49.4%, 남북 선수단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데는 40.5%가 찬성했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여론조사는 없지만, 9일 SBS 여론조사에서 ‘무리한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의견이 72.9%에 달했음을 참고할 만하다. 다만 특정 종목을 상정한 게 아니고, 설문에 ‘무리한’이란 수식어가 붙었음을 고려해야 한다.
주변에는 한반도기에 대한 거부감이 의외로 크다. 한반도기가 이번이 아홉 번째라는 설명에도 그대로이다가 첫 사용이 노태우 정부 때라고 하면 그제야 표정이 좀 누그러진다. 개인적으로도 북한이 뒤늦게 끼어든 데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없지는 않다. 특히 어떻게든 피해가 미칠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의 “왜 하필 우리가?”라는 물음에는 딱히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다만 북의 평창올림픽 참가나 단일팀 구성 등은 김정은의 전격적 언급이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실은 오래 전부터 거듭된 우리 제안을 북이 뒤늦게 수용한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북한의 금강산 호텔이나 마식령 스키장 활용”과 “금강산 동시 전야제” 구상을 밝혔고, 지난해 4월 “북한 선수단 참가 및 남북 공동응원단 구성”에 언급했다. 그 이후 국내외에서 비슷한 발언을 거듭했다. 그러니 일련의 남북회담을 북이 주도하고 있다는 피해 의식은 접어도 된다.
북의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라는 본질적 상황변화를 외면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북의 평창올림픽 참가 의미가 크다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평화의 제전이어야 할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북 핵ㆍ미사일 위기로 위협을 받았고, 한때 미국 선수단의 파견 여부가 뉴스가 될 정도였음을 까맣게 잊은 게 아니라면 노골적 반감을 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이 패럴림픽에도 선수단을 파견한다니, 적어도 그때까지는 한반도를 짓눌렀던 군사충돌 우려를 내려놓을 수 있다. 과거의 예로 보아 북 예술단과 응원단에 눈길을 빼앗길 국민이 적지 않을 테니, 평창올림픽 흥행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만하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파 일각에서 가장 큰 문제로 삼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북한의 체제선전 놀음에 놀아날 가능성, 그에 따른 남남갈등 우려를 자주 거론한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운율을 맞춘 순발력은 신통하지만, 이치나 사실 어느 쪽에도 와 닿지 않는다. 북 TV의 체제선전물이 수시로 공중파를 타고 있지만, 이제는 실소만 자아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울러 남남갈등은 김정은 정권의 의도가 아니라 올림픽에까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작태에서 비로소 현실화한다.
남의 경제ㆍ문화력은 과거와 비할 수 없이 커졌다. 따라서 확고한 안보태세만 갖추고 나면, 어지간한 북의 체제선전이나 남남갈등 유발 기도는 그러려니 하고 내려다볼 수 있게 됐다. 그런 대범함이야말로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 마음 한 구석의 대북 거부감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옹졸한 정치 때문이다.
그나마 한동안 무성했던, 한미동맹의 틈을 벌리려는 북의 음모에 놀아날 것이란 우려는 많이 씻겼다. 이번 남북회담은 평창올림픽 문제에 집중하고, 본격적 대화에는 비핵화를 기본 의제로 미국 등 동맹국과 보조를 맞추어 임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결과다.
찜찜한 마음을 잠시 접고 눈을 크게 뜨고 큰 걸음으로 뚜벅뚜벅 가자. 정치권이 먼저 큰 틀의 전략적 사고를 앞세울 수 있다면, 국민은 모처럼 노심초사를 덜고 훨씬 더 대범해질 수 있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그리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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