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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스바겐 '뉴 비기닝' 프로젝트… 공감 대신 반감

입력
2017.12.22 14:37
폭스바겐코리아의 '뉴 비기닝 프로젝트'. 해당 사이트 캡쳐
폭스바겐코리아의 '뉴 비기닝 프로젝트'. 해당 사이트 캡쳐

2015년 9월 미국발 '디젤게이트' 사태와 함께 지난해 8월 한국시장에서도 인증서류 조작혐의로 사실상 전라인업에 걸쳐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진 폭스바겐이 내년 상반기 아테온 등 신차 3종을 필두로 재판매에 돌입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를 앞두고 이달 초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는 슬로건과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시작하는 일반인들을 후원하는 '뉴 비기닝 프로젝트(Project New Beginning)'를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사회적 스타트업 기업의 후원과 일반인 대상 '새로운 시작'과 관련된 온라인 공모를 통해 서호주 여행, 관련 세미나 참여, 다이어리 등의 경품이 주어진다. 이들 모두는 '뉴 비기닝', '새로운 시작' 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당연히 해당 프로젝트는 어렵게 생각지 않아도 폭스바겐의 국내시장 재판매를 앞둔 시점에 디젤게이트와 인증서류 조작 등 부정적 이미지를 전환키 위한 분위기 쇄신용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입장에선 기존에 없던 신모델을 내놓고 판매 재개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당연히 부정적 이미지는 축소 혹은 잊혀져야만 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것과 관련된 대중의 공감을 얻어야 하고 일반인들의 소소한 시작을 후원하는 프로젝트 '뉴 비기닝'은 가장 적절한 전략 이였을 것. 다만, 일반인들의 순수한 시작과 함께 하기에 폭스바겐코리아의 '뉴 비기닝 프로젝트'는 조금 덜 순수해 보인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 신모델 아테온. 폭스바겐 제공
폭스바겐코리아의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 신모델 아테온. 폭스바겐 제공

이유인즉 예상과 달리 폭스바겐의 국내 리콜 이행률은 이달 초까지도 당초 목표인 85.0%의 절반(53.1%)에서 정체된 상황이다. 여전히 국내도로에는 배출가스 불법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폭스바겐 차량이 함께 한다는 것.

여기에 인증서류 조작과 관련된 법정 공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폭스바겐그룹 핵심 임원진들의 재판 불출석으로 답보상태에 놓여있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폭스바겐은 국내 리콜 과정에서도 정부와 수 차례에 걸쳐 결함시정계획서를 두고 줄다리기를 펼치는 등 다소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해외와 달리 국내 폭스바겐 소비자에 대한 보상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국내 27만명의 폭스바겐 소유주에겐 향후 5년간 차량 유지 관리 액세서리를 구입하는데 쓸 수 있는 100만원 상당 바우처를 제공 한 것에 비해 미국의 경우는 1인당 최대 1,200만원, 캐나다는 최대 51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여기에 유럽 일부 국가에서 노후디젤차를 유로6 신모델로 교체할 경우 최대 1,4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 정책에 참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대중화와 관련된 e-모빌리티 청사진을 내놨음에도 내년 한국시장에 도입될 차종 중 단 한 대도 친환경 차량을 찾아 볼 수 없이 '잘 팔릴' 차량을 우선적으로 출시하는 모습은 아쉽다.

폭스바겐은 한국시장에서 진정한 '뉴 비기닝'을 위해 일반인들의 새로운 시작에 가볍게 편승하려는 마케팅 전략에 앞서 지난 문제의 해결과 보다 친환경적인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앞서야 될 것으로 보인다. 책임져야 할 것들은 회피한 상황에서 시작되는 '뉴 비기닝'은 진정성이 부족해 공감 보단 반감이 앞서기 마련이다.

김훈기 기자 hoon14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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