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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삼척화력의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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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무성했던 ‘LNG전환’ 관측 뒤집혀
8차 전력수급계획의 ‘친환경’과 어긋나
주민ㆍ환경단체까지 갈려 다투는 현실
한동안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정부와 사업주체의 사업 추진에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를 포함한 전국적 연대조직이 반대하는 형태를 띠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건설 등의 논란이 모두 그랬다.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둘러싼 갈등은 판이하다. 사업주체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의 찬성파 주민이 손잡은 데다 지역환경단체까지 가세해 사업추진에 나선 한편 전국적 환경단체와 사회단체, 지역의 반대파 주민 등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되도록 세부 이견을 잠재워 통일성을 유지하려고 애써 온 환경ㆍ사회단체가 진보정부의 출범 이후 분화하기 시작한 듯한 모습은 과거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화 운동 세력이 ‘비판적 지지’와 ‘후보 단일화’로 갈렸던 기억을 일깨울 정도다. 본격적 가치의 분화인지, 일시적 노선 갈등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서로 험한 말까지 써 가며 상호 비난을 멈추지 않는 현실은 앞으로 원만한 봉합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처음 삼척화력은 결코 예외적 존재가 아니었다. 2013년 2월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포함돼 그해 7월 동양그룹이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고, 2014년 8월 사업권이 포스코에너지에 넘어갔다. 인근 북평화력 1,2호기와 그린파워 1,2호기에 이은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환경 우려가 일부 제기됐으나 앞서 주민반대로 원전건설 계획을 백지화한 이후 성큼 웃자란 ‘지역 낙후’ 우려에 절반쯤 파묻힌 상태였다.
잠자던 논란은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다시 불붙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탈(脫)원전, 에너지 전환’은 때마침 심각한 국민건강 위협 요인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대책과 결합, ‘탈원전ㆍ석탄화력, 신ㆍ재생에너지 확충’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20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미세먼지 ‘나쁨’ 일수(日數)를 70% 줄이겠다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9월 26일)에 ‘공정률 낮은 석탄화력발전소 4기의 LNG 등 연료전환 추진 협의’가 명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 ‘석탄화력 4기’가 삼척 1,2호기와 당진 1,2호기임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그 후 삼척상공회의소와 삼척시 시민단체협의회, 삼척시 환경단체연합회 등의 ‘상경 시위대’가 광화문 광장, 때로는 청와대 앞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70만평 폐광부지 먼지 때문에 7만 삼척시민이 살 수 없다”며 “신기술 화력발전소 건설해 환경개선과 지역발전을 이루자”고 외쳤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같은 내용을 올렸다. 한편으로 삼척석탄화력 반대 범시민연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삼척학습실천연대 등 반대파의 집회도 잇따랐다. 환경운동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협의회(민변) 등 중앙단체도 이들에게 힘을 보탰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14일 공개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이 삼척화력을 ‘LNG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12%의 공정률’과 지역주민 의견이 근거로 제시됐고, ‘기한 내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 완료’ 등의 조건이 달렸지만, 형평성과 근거의 타당성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 그래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의 핵심가치를 정부 스스로 갉아먹은 점이 가장 안타깝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20일)을 통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 기본계획(안)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환경정책과 절묘하게 결합, ‘친환경’이란 가치지향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드러냈다. 그 유일한 예외인 삼척화력은 언제든 전체 에너지ㆍ환경 정책의 발목을 잡는 문제로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LNG 전환 비용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연탄보일러를 가스보일러로 바꾸는 데 비유한다. LNG 전환에 따른 업체 손실을 충분히 메워 주겠다는 해외자본의 제의도 있다고 한다. 석탄발전을 위한 석탄운송과 집진설비 등 관련 하청계약의 변경이 부를 현지업체의 손실과 일자리 문제를 빼고, 친환경 LNG 발전에 반대해야 할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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