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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남 노른자위 땅 매각, 양도세 수백억 탕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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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내곡동 개발 부지 팔며
주민들 양도사실 당국 신고 안해
국세청 뒤늦게 부과 추진하다가
“땅 주인들 법률지식 부족” 이유로
가산세 등 최소 500억원 깎아 줘
“정관계 상대 대대적 로비” 의혹
세무당국이 서울 서초구 노른자위 땅을 판 토지주들의 법률 상식이 부족하다며 수백억 원의 세금을 탕감,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토지주들에 따르면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주민들은 이 일대 개발을 추진한 W프로젝트파이낸싱(PFV)사에 2006년 7월쯤 공동 소유의 토지 1만9,571㎡ 등을 386억여 원에 넘겼다. 주민 110여명도 각각 보유했던 땅 8만1,684여㎡를 W사에 팔았다. 3.3㎡당 700만~800만원으로, 개별 매각대금만 모두 합해 1,800억원이 넘는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수십 억대 돈 방석에 앉은 주민들은 그러나 당국에 양도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세청이 이를 인지하고 양도소득세 부과를 검토한 것은 지난 2013년 7월쯤이다. 이 시기 서초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것을 계기로, W사가 뒤늦게 부동산실거래신고를 하면서다.
갑작스런 세금 ‘폭탄’ 예고에 놀란 주민들은 “땅의 소유권을 제3의 신탁회사에 이전하는 절차를 밟은 것뿐”이라며 세무법인을 동원, 조세심판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다. 공동 땅은 자신들이 만든 ‘헌인새마을추진위’ 자산이어서 비과세(비영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땅값이 실제 오갔고, 공동토지 매각대금 중 153억원은 주민에게 분배하는 등 공익 목적에 쓴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진위는 공동 땅값 일부를 주민들에게 빌려준 것처럼 꾸미려 했다가 차용증 작성 전에 숨졌던 사람의 서명이 담긴 서류를 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완강하던 국세청은 2년여 뒤 입장을 달리했다. 본보가 입수한 서울지방국세청 공문 등을 보면, 서초세무서는 2015년 6월쯤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을 이유로 세금을 재 부과하면서 개인 매각분에 대해 양도소득세만 물리고 신고불성실(20%) 등에 따른 가산세는 감면했다. 지난해 7월엔 공동 땅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92억원도 전액 면제하고, 추진위 계좌(100억여원) 압류까지 풀어줬다. ‘토지주들이 법률적 지식이나 상식이 부족해 정상적인 납세의무 이행이 어려웠음을 고려한 조치였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개인 소유 토지매각분에 부과해야 할 가산세(고지시점 기준 380여억원 추정)와 ▦공동 땅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99억여원) 등을 모두 합하면 최소 500억~600억원의 세금을 ‘무지’를 이유로 탕감해 준 셈이다.
일부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정관가를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있다. 헌인마을에 거주했던 이모(58)씨는 “추진위가 세금을 내지 않으려 정치권과 공무원 등에 줄을 대려 했던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씨의 진정을 받아 집행내역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인마을은 전염성이 없는 음성나환자들이 1960년대 둥지를 튼 뒤 1980년대 3.3㎡당 5만원 수준에 땅을 불하 받았다는 곳이다.
서초세무서 관계자는 “과거 고양 식사지구 사례 등을 감안, 국세기본법(18조3항)의 비과세 관행에 가까운 근거로 조치를 한 것”이라며 “자세한 내역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병록 법무법인 정곡 변호사는 “국세행정의 관행은 불특정한 일반납세자에게도 정당한 것으로 이의 없이 받아들여질 때 성립하는 것”이라며 “국세청이 갑자기 처분을 번복한데다, 개인에 대해선 양도세 부과를 결정하고도 납세자의 고의ㆍ과실이 고려되지 않는 가산세를 감면한 것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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