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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ㆍ모디 포옹에 中 “국경분쟁 조심”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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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일 전 시진핑과 정상회담
SCO 가입 등 인도 우호 제스처 불구
美우선주의 지지에 엄청난 실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얼싸안고 손을 꼭 잡으며 친밀함을 과시하자, 이튿날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가 갑작스럽게 국경분쟁을 빌미 삼아 인도를 힐난했다. 마치 오랜 우군을 잃은 듯, 트럼프의 품에 안긴 모디 인도 총리를 향해 비난하는 듯한 중국 정부의 뉘앙스가 기사의 행간에 역력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해상 실크로드) 건설로 아시아 대국을 꿈꾸는 중국이 남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파트너로 떠오른 인도를 경계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비친 것이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사이에 두고 오랜 앙숙인 중국과 인도가 지독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2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인도 정상회담이 이뤄진 전날 중국과 인도 동북부에서 도로를 건설하던 중국군 부대와 인도군 부대 간 충돌이 빚어졌다. 이 사건을 다룬 27일자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에는 “인도는 중국 앞에서 거만을 떨 주제가 아니다. 국내총생산은 중국의 4분의 1이고 군비투자는 3분의 1이니 중국과의 국경 분쟁은 조심히 접근하는 게 최선”이라는 사설이 실렸다. 관영언론으로써 자극적인 표현을 자제하는 환구시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수준의 비난이다.
마찰이 발생한 지역은 인도와 중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경분쟁지역 중 하나인 춤비(春丕)계곡으로 부탄과 인도 영토 시킴(Sikkim)을 연결하는 핵심 길목이다. 중국과 인도는 춤비계곡 외에도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와 중국 영토 서쪽 끝에 위치한 악사이친 등 히말라야 전역에 걸쳐 영토분쟁을 벌여온 바 있다.
그러나 양측의 오랜 대결구도를 감안하더라도 환구시보의 어조는 지나치게 강하다. 충돌이 있기 불과 20일 전인 9일 모디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우호적인 회담을 마쳤다. 이날 인도는 파키스탄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안보기구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정식 가입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에서 5월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둔 인도 영화 ‘당갈’을 언급하며 양국 문화교류를 강조하기도 했다.
때문에 NYT는 이 사건을 두고 모디와 트럼프의 만남에 중국이 에둘러 강한 불만을 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서 인도를 중시했던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ㆍ기후변화 등 의제에서 모디 정부와 입장 차이를 드러내 왔다. 그러나 26일 회담에서 모디 총리는 “미국의 번영과 성공이 인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선언해 사실상 ‘미국 우선주의’에 지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트럼프를 구워 삶았다. 중국으로서는 일대일로와 브릭스(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회의 강화 등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외교 프로젝트에 내심 인도의 협력을 기대했던 터라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 정부를 향해 “자국 영토 내 테러 집단의 활동을 막는 데 힘쓰라”고 압박하도록 했고 인도양에서 중국 해군 활동을 관측하기 위한 감시드론 도입에도 합의했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구축을 일대일로 건설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보고 있는 중국에는 이 역시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다. 인도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 옵서버리서치재단의 아쇼크 말릭 연구원은 NYT에 “중국은 인도 자체는 두려워하지 않으나 인도가 미국과 손 잡는 것만큼은 극도로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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