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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파리, 디트로이트 모터쇼…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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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열흘 동안 열렸던 서울모터쇼가 막을 내렸다. 서울모터쇼가 열리기 불과 2주 전 스위스에선 제네바 모터쇼가 열렸고, 지금은 뉴욕에서 모터쇼가 열리고 있다. 오는 21일엔 상하이 모터쇼가, 가을엔 도쿄 모터쇼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예정돼 있다. 유명하진 않지만, 동남아시아와 인도, 러시아 등에서도 크고 작은 모터쇼가 열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OICA(세계자동차협회)가 인정하는 국제모터쇼는 40개에 달하는데, 반씩 나눠서 홀수년과 짝수년에 번갈아 가면서 열리고 있다.
모터쇼는 다른 말로 자동차 박람회다. 박람회란 최신 상품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전시회다. 홍보 및 마케팅 목적이 가장 크며, 요즘엔 현장에서 바로 사전 계약을 받기도 한다.
모터쇼는 그 나라 자동차 산업의 문화를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다. 내수 산업의 규모와 역사가 모터쇼의 성격을 결정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라마다 열리는 모터쇼의 특징 또한 미세하게 다르다. 반대로 말해 그 차이점을 알면 그 나라 자동차 산업과 문화의 특징을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 급부상한 상하이 & 북경 모터쇼
중국에서 열리는 북경·상하이 모터쇼는 중국 경제의 위상이 커지면서 어느새 도쿄 모터쇼를 밀어내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모터쇼로 급부상했다. 그중 홀수년마다 열리는 상하이 모터쇼는 오는 21일 푸둥 인근에서 열린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북경 모터쇼가 끝나자마자 거의 1년 동안 상하이 모터쇼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현지에 가면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엄청난 수의 중국 자동차 회사들을 만날 수 있다.
상하이 모터쇼의 공식 명칭은 ‘오토 상하이’고, 북경 모터쇼는 ‘오토 차이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북경 모터쇼는 중국을 대표한다. 나라별로 하나의 모터쇼만 공인할 수 있다는 OICA 규칙에 따라 OICA는 북경 모터쇼만 공인하고 있다. 그런데 나이는 상하이 모터쇼가 더 많다. 상하이 모터쇼는 1985년부터, 북경 모터쇼는 1990년에 시작했다.
중국 모터쇼엔 대부분 중국만을 위한 현지 맞춤형 모델들이 등장한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 BMW는 중국 시장을 위한 신형 5시리즈 롱휠베이스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폭스바겐은 신개념 크로스오버 콘셉트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포드는 이에 앞서 지난 8일 상하이에서 자체적으로 ‘고 퍼더(Go Further)’ 이벤트를 열고 친환경차를 비롯한 중국 사업 계획을 밝혔다.
럭셔리카들의 대잔치, 제네바 모터쇼
매년 3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엔 유독 럭셔리카가 많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이름만으로 설레게 하는 초호화 자동차 브랜드가 가장 좋아하는 모터쇼이기도 하다. 이곳엔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한 럭셔리카들도 많지만, 처음 보는 수억원짜리 차도 즐비하다.
제네바 모터쇼에 비싼 차들이 몰리는 이유는 스위스의 국가적 특징 덕분이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반도 안 되고 인구도 800만 명을 약간 넘는 이 나라에는 자동차 제조사 하나 없다. 하지만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으로서 정치적으로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는다. 또한 은행 비밀주의 덕에 돈을 숨기기에도 좋다. 외국인에 대한 세금도 영국과 독일 등에 비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즉 부자가 살기에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다. 실제로 많은 거부들이 스위스에 별장 하나 정돈 보유하며 휴양을 즐기고 있다. 자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하나 없는 스위스에서 열리는 모터쇼가 세계 3대, 세계 5대 모터쇼로 거론되는 이유다.
가족 나들이, 서울 & 부산 모터쇼
국내를 대표하는 모터쇼로 홀수년에 열리는 서울모터쇼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짝수년에 열리는 부산모터쇼는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다. 부산모터쇼는 OICA 공인을 얻지 못했다. 올해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서울모터쇼가 열렸다. 총 27개 자동차 회사에서 300여 대의 자동차를 출품했다. 그밖에 부품·IT·용품·튜닝 및 캠핑·서비스 등 194개의 관련 업체와 자동차 관련 연구원 등의 관련기관이 다양하게 참여했다. 관람객 수는 지난 2015년과 비슷한 61만여 명이다.
국내 모터쇼는 월드 프리미어 즉, 최초로 공개되는 차가 거의 없어 볼 게 없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자동차조차 굵직한 신차는 미국이나 유럽, 중국 모터쇼에서 공개하고 있다. 그래서 모터쇼를 주관하는 기관은 ‘가족 나들이’로 콘셉트를 잡았다. 신차는 별로 없지만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덧붙여 체험형 박람회로 꾸미고 있다.
CES에 밀리고 있는 디트로이트 모터쇼
정식 명칭은 ‘북미 국제 오토쇼’다. 매년 1월 디트로이트 코보(Cobo) 전시센터에서 열려 새해의 자동차 시장 흐름을 처음 가늠해볼 수 있다. 1907년부터 디트로이트 오토 딜러 협회(DADA)가 후원을 맡은 이후 아직도 DADA가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주로 미국을 대표하는 포드, GM, 크라이슬러를 비롯해 현대·기아자동차와 토요타, 닛산 등 미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지난 1월에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선 기아자동차가 스팅어를 최초로 공개했다. 아직 세계 5대 모터쇼로 손꼽히고 있으나 2000년대 이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위기를 겪으며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최근엔 비슷한 기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자동차 회사들의 참여가 강해지면서 효과가 분산되고 있다.
최초의 자부심,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1897년에 시작된 세계 최초의 모터쇼다. 당시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차를 갖고 레이스를 펼치던 상류층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차를 뽐내기 위해 소소한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박람회처럼 굳어졌다. 처음엔 베를린에서 개최됐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크푸르트로 옮겨졌다. 홀수 해엔 프랑크푸르트에서 승용차, 짝수 해엔 하노버에서 상용차 박람회가 열린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포르쉐, 아우디 등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브랜드들의 홈 경기와 다름없다. 기술 강국 독일의 특성을 살려 주로 그해의 첨단 자동차 기술이 소개된다. 1923년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초로 디젤 엔진을 얹은 트럭을 발표했고, 1961년에는 안전벨트가 최초로 소개되기도 했다.
현실적인 양산차가 많은 프랑스 파리 모터쇼
1897년에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이어 1898년 파리의 튀러리 공원에서 ‘파리 오토살롱’이란 이름으로 시작됐다. 탄생 동기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같다. 1962년 포르테 베르사유 박람회장으로 장소를 옮겼는데, 이 때 유럽의 유명 인사들이 찾으면서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1976년부터 짝수 해에 열려 홀수 해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함께 유럽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읽는 지표가 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를 대표하는 푸조, 르노, 시트로엥이 주축이 돼 화려한 콘셉트카보다 실제 소비자에게 현실적으로 와 닿는 양산차 위주의 차가 주로 출품된다. 그래서 출품되는 차의 숫자가 워낙 많아 ‘자동차 세계 박람회’라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너무 볼거리가 없다는 비평을 받아들여 최근엔 다른 국제 모터쇼처럼 화려한 콘셉트카도 많이 나오고 있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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