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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일ㆍ독재 미화 확인된 국정교과서를 왜 고집하나

입력
2016.11.28 20:00

교육부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8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는 내용과 집필자 등 모든 면에서 수준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역사학계와 교육계의 우려대로 뉴라이트 계열의 시각이 적잖이 반영됐고, 필진도 보수 성향의 관변 학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청와대가 국정화를 고수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져 철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중학교 ‘역사1’과 ‘역사2’, 고교 ‘한국사’등 총 3권의 국정 교과서를 공개하면서 “역사적 쟁점에 대해 균형 있게 서술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편향된 시각이 뚜렷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한 것이다. 이는 뉴라이트 등 보수 일각에서 꾸준히 주장해 온 건국사관으로 “1919년 3ㆍ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시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항일 독립운동의 의미를 축소하고 친일ㆍ독재를 미화할 것이란 우려도 기우가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에서의 경제발전과 새마을운동 등은 자세히 설명하면서 유신체제 비판 부분은 짧게 서술하는 데 그쳤다. 친일파 기술 부분은 대폭 축소돼 ‘친일파’대신 ‘친일 인사’란 말로 물러났고, 친일파의 행적도 구체적 친일 행위는 설명하지 않고 뭉뚱그려 기술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집필진 면면을 보면 편향성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31명의 집필진에는 예상대로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6명으로 구성된 현대사 분야는 정통 역사학자는 배제된 채 전원이 비전공자들로 구성됐다. 이들 대부분은 국정교과서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던 학자들로서 친 정부 성향이 강하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부가 그동안 극구 집필진을 숨겨온 이유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다양성과 객관성, 중립성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갖추지 못했음이 확인된 만큼 더 이상 추진 명분이 없어졌다. 그런데도 이 부총리는 “국정 교과서 현장 적용방안은 결정된 바 없고 폐기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며칠 전 국정화 철회를 시사했다가 청와대가 제동을 걸자 뒷걸음질친 셈이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급감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버티기는 무의미하다. 하루라도 빨리 폐기하는 게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무엇보다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려면 시대 흐름을 거스르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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