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뇌물죄 규명, 특검 명운 달렸다

입력
2016.1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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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 각의 의결… 대통령 재가

검찰 수사기관 얼마 안 남아

기업 부정한 청탁여부 등 수사

사실상 특검 몫으로 넘어갈 듯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기 앞서 눈을 감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기 앞서 눈을 감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최순실 특검법’이 22일 시행되며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의 주도권이 검찰에서 특별검사로 넘어가게 됐다. 검찰이 20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사실상 주범인 피의자로 규정했지만, 보다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뇌물죄(제3자 뇌물수수 포함) 적용 여부가 아직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앞으로 4개월 동안 이어질 특검 수사도 결국 뇌물혐의 입증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앞서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 여러 검토를 한 결과, 뇌물이라기보단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게 명백하다”면서 안 전 수석과 최씨를 직권남용 및 강요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기업들 입장에선 권력의 요구에 못 이겨 억지로 낸 것이지, 자발적인 ‘금품 공여’의 의사는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검찰은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 중”이라면서 뇌물죄 적용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대기업 총수 7명과 ‘독대’해 재단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는데, 이 때 기업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접수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해진다. 삼성이 최씨의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20)씨 지원 명목으로 건넨 35억원도 뇌물에 근접해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정청탁이 있었고, 박 대통령이 그 대가로 삼성 측에 “최씨 측을 지원해 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면 제3자 뇌물수수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 더욱이 직권남용 성립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이 매우 치열해질 수 있어 국정농단 책임을 물으려면 오히려 뇌물죄 적용이 더 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를 규명하는 일은 사실상 특검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단 출연금 전체가 아니라, 재단이나 최씨 측에 전달된 돈의 성격을 각 기업 별로 따지는 데 특검의 수사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개별 기업 현안과 연관성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한 박 대통령 측을 향해 “23일 다시 조사 일정을 통보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전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특검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국회가 지난 17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킨 지 닷새 만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재가함에 따라 내달 중순부터 ‘최순실 특검’이 본격 가동될 예상이다.

정부는 또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안을 의결하고, 23일 정식 서명할 계획이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양국을 대표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서명식을 갖는다. 협정은 서명 후 상대국에 대한 서면 통보절차를 거쳐 곧바로 발효된다. 야권은 “국정운영 자격도 없는 대통령에 의한 졸속 매국 협상”이라며 반발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송용창 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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