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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유출자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죄 적용 가능

입력
2016.10.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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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가장 유력

심부름했어도 무단유출로 볼 소지

법원 ‘완성본’을 대통령 기록물 봐

檢, 공무상 비밀누설 적용할 수도

최순실(60)씨가 대통령 연설문 등을 사전 입수한 경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자신의 지시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함에 따라 과연 전달자 역할을 누가 했는지, 형사처벌은 가능한지 등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최씨가 사용하던 태블릿PC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파일은 200여개, 이 가운데 대통령 연설문이나 국무회의 말씀자료 등 공식 발언과 관련한 것은 44개다. 대통령 연설문은 청와대에서도 극소수만 사전 열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해당 업무에 관여했던 사람이 최씨에게 배달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1순위로 거론되는 인사는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이다. 연설문 관련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직책인 데다, 박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워 최씨와의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씨가 ‘비선 모임’을 할 때) 정 전 비서관이 항상 청와대 자료를 최씨 사무실로 들고 왔었다”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증언도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최씨에게 자료를 보내라’는 박 대통령 지시를 받은 정 비서관이 이를 부하 직원에게 시켰거나, 경우에 따라선 박 대통령이 직접 최씨에게 이메일 등을 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와 관련 자료를 받아갔을 수도 있다.

관여한 전달자가 밝혀진다면 사법처리가 가능한지가 관심사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죄가 적용될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어길 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대통령 지시에 따른 ‘심부름’이었다 해도 관련 절차를 어기고 최씨에게 전달했다면 ‘무단 유출’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연설문 완성본이 아니라 초안이나 중간본을 과연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ㆍ관리돼야 한다’는 관련 법 조항을 보면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하겠지만, 법원은 완성본으로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그보다는 포괄적 해석이 가능한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2년 이하 징역형)를 적용해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유출된 문서나 파일 각각을 개별적으로 따져서 구체적인 내용이나 성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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