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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대통령’ ‘급조’… 깜짝 개헌 발표 네티즌 반응은?

입력
2016.10.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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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2017년 체제를 만들자”며 임기 내 개헌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깜짝 발표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 두 달째 야당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도 불안한 상황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신년기자회견과 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 등에서 경제와 국정현안 등을 이유로 개헌에 반대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엔 이달 9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개헌 논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개헌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정치권이 개헌논의를 안 해줬으면 한다”는 입장을 보도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역시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개헌 발표에 대한 주요 정치인들과 네티즌의 온라인 반응 중 곱씹어 볼 만한 것들을 정리했다.

진짜 ‘참 나쁜 대통령’은 누구?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헌론을 제안하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대통령 눈에는 선거 밖에 안 보이느냐”며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몰아세웠다. 노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비판에 대해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이라고 답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최근 불거진 측근 비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고 여기는 네티즌들은, 마치 지금의 상황을 내다본 듯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노무현의 개헌 갓침(신의 일침)’이라고 불렀다.

‘노무현의 갓침’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올라온 네티즌 글. 출처: http://www.fmkorea.com/491447781
‘노무현의 갓침’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올라온 네티즌 글. 출처: http://www.fmkorea.com/491447781

누가 봐도 급조된 개헌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급조된 개헌 정국 배경이 불순하다”고 꼬집었다. 그 근거로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물어보니 청와대의 개헌 추진 소식을 전혀 몰랐다”고 했으며 “대통령이 직접 내년 예산관련 시정연설에서 개헌 추진을 밝히면서 정작 내년 정부 예산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교하지 못한 개헌 제안을 비판했다. 금 의원은 “취임 초기 힘이 있을 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을 1년 앞두고 측근 비리로 하루가 다르게 위상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던진 개헌 드라이브에 무슨 진정성이나 의미가 있을까”라며 “대선 국면에서는 여당 후보조차도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는 게 원칙인데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선언을 했으니, 이번 시정연설은 오히려 제대로 된 개헌 논의가 등장하는 것을 막아버리는 쪽으로 작용하게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딴지일보 출신 정치평론가 박성호씨는 ‘청와대, 4년 중임제ㆍ내각제 등 개헌 방향 상정하진 않아’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속보를 공유하면서 “심지어 개헌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도 정한 바가 없다”며 ‘이것도 던지고 저것도 던지다 보면 하나는 맞겠지, 라며 막 던지는 것’이라는 취지의 트윗을 남겼다.

불순한 의도 ‘최순실 개헌’

박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 카드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우병우ㆍ최순실’ 이슈에 대한 물타기 수법이라는 온라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김용익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인 ‘김용익과 어쩌라고’에서 “순수한 의도의 개헌은 나라의 장래를 위한 원모심려요, 불순한 의도의 개헌은 비리를 덮거나 정권을 얻으려는 정치공작”이라며 “개헌은 이불이 아닙니다. 최순실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영화배우 김의성씨도 트위터를 통해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들고 나와도 하나도 안 놀랠 지경”이라면서 “민주당이 현명하다면 개헌 무시하고 #그런데최순실은?”이라고 개헌 의도에 대해 날을 세웠다.

탁현민 교수 자신의 트위터에서 “개헌은 블랙홀이라던 박근혜가 개헌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최순실 우병우 외 그녀의 모든 치적(?)을 빨리 블랙홀에 감춰야 한다는 다급한 의지로 읽어야 합니다”라며 “북풍, 개헌… 이제 별로 남은 게 없지ㅋ”라고 개헌의 불순한 의도를 꼬집었다. 정청래 전 의원도 트위터에 ‘최순실이 권력서열 1위 맞네’라는 제목의 트윗에서 “최순실 때문에 나라의 헌법도 바꾸게 생겼으니… 당신을 이 시대의 참촌철살인으로 위촉합니다”라고 말했다.

‘최순실씨의 취미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최씨 측근 발언 보도에 빗대 “최순실이 개헌하라고 시키더냐~” “최순실이 쓴 개헌 연설문”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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