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칼럼] 한국이 잠재성장률 회복하려면

입력
2016.06.14 20:00

교육이 ‘창조적 파괴의 길’로 가야

여성 노동참여 이끌 다양한 방안을

장기적으로 성장활력 모색이 과제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일할 때, 필자의 임무 중 하나는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평가하는 일이었다. 경제 성장의 잠재력은 두 가지 변수, 즉 노동력 증가와 생산성 향상에 좌우된다. 불행히도 한국은 두 가지 모두 약화하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4%에서 최근 10여 년간 3%대로 낮아졌고, 앞으로 더 낮아질 수도 있다. 경제가 연간 3% 성장하면 한국인의 생활수준이 두 배로 좋아지는 데 25년이 걸린다. 1%씩 성장하면 그 기간은 70년으로 늘어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정부와 대기업, 교육기관 등 모든 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협력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교육과 노동력 증대를 위한 여성 노동이 특히 주목된다.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 발전의 첨병으로 남기 위해선 교육이 ‘창조적 파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지식경제 차원에서 보면 너무 경직적이고 전통에 얽매여 있다. 한국 학생들은 규격화한 지식에서 좋은 성취도를 보이지만, 개성이나 창의성, 혁신 면에선 개발의 여지가 크다.

17살에 미국 유학을 왔을 때, 필자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심각한 약점이 있었다. 암기력엔 자신이 있었지만, 논리력이 부족했다. 개인이 아닌, 조직의 일원으로서 교육을 받아온 당시와 달리 한국의 교육도 크게 변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기계적 암기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건 여전하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한국의 교육도 젊은 학생들의 새로운 지적 호기심에 맞춰 논리력과 창의력 신장에 무게를 둬야 한다.

한국 경제는 앞으로 과거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경직된 교육 시스템은 ‘창조경제’를 뒷받침 하지 못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는 생동하는 개성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경직성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창조적 파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교육이 기존의 관습과 문화에 사로잡혀 있는 한 어렵다.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한국의 인구도 고령화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수를 경제활동 가능 인구인 15~64세 인구로 나눈 비율인 노인 부양률은 2009년 10%였으나 2050년엔 7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향후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노동력 고령화에 대한 대응책은 은퇴연령을 높이거나, 해외 노동력을 수입하거나,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노동력 수입은 사회ㆍ정치적 문제를 일으킨다. 여성의 노동 참여를 높이는 게 실용적 방안이다. 여성의 노동 참여는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여성 일자리는 대개 서비스 직종에 많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이 커지는 효과를 낸다. 그 자체가 한국경제가 내수확대에 성공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여성의 노동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은 다양하다. 노동일수를 줄이고, 파트타임 일자리를 늘리고, 직장 보육시설을 보강하는 것도 방법이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이런 방법으로 여성의 노동 참여율을 높이는 데 효과를 봤다.

젊은 여성들이 롤 모델을 갖는 것도 이직을 막는 데 중요하다. 필자가 부행장으로 일했던 웰스파고 은행은 여성 직원이 80%에 달했지만 여성 임원은 별로 없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여성의 임원 승진 확대를 위한 인사시스템을 가동했다. 그 결과 여성 임원수가 크게 증가했고, 그것이 여성 직원들의 이직을 막는 데 기여했다. 웰스파고 은행이 미국 최대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한국경제가 하향세에 들어간 건 분명하다. 그냥 두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되풀이 되기 십상이다. 단기적으로 조선업 구조조정 같은 문제가 중요하지만,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는 성장 둔화를 완화하고 과거의 경제활력을 되찾을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그래야 한국경제가 다시 한 번 진정한 ‘아시아의 호랑이’로 거듭날 수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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