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찬 늑대들, 방과 후 혼자 지내는 아이들 노렸다

입력
2016.02.05 04:40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시간·장소서 성인 범죄와 큰 차이

32%가 정오에서 오후 6시 사이

가해자 주거지나 공공장소 등

통제하기 쉬운 곳으로 유인 많아

면식범 소행 비율도 성인의 2배

가해자 연령은 30대가 가장 많아

60, 70대는 5~10세 아동 노려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경우 방과 후 혼자 있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범죄 타깃이 된 것으로 분석돼 방과 후 혼자 지내는 아이들에 대한 돌봄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성인 대상 성범죄에 비해 피해자의 가까이에 사는 면식범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4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성범죄 원인 및 발생환경 분석을 통한 성범죄자 효율적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발생 시간과 장소 등 유형이 성인 대상 성범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성인 대상 성범죄의 경우 이른 오전 피해자의 집에서 범죄 발생이 많은 반면 아동ㆍ청소년들은 방과 후 부모가 퇴근하기 전 오후 시간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고 서울ㆍ인천 지역에서 전자발찌를 부착하며 생활하고 있는 가해자 111명을 분석한 결과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각은 낮 12시~오후 6시가 35건(31.5%)으로 저녁 시간대(오후 6시~자정 25건)나 새벽(자정~오전 6시 20건)보다 오히려 많았다. 아동ㆍ청소년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활동이 많지만 부모의 퇴근 전까지 혼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인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따로 돌보는 사람 없이 집에 혼자 있도록 하는 가정이 적지 않은데 이것이 성범죄 노출 위험을 크게 높이는 셈이다. 피해자 연령을 분석해 보면 10대가 75명(67.6%), 10세 미만이 35명(31.5%)이다.

또한 가해자가 범행 노출을 꺼려 일부러 먼 거리를 이동해 범행을 저지르는 성인 대상 성범죄에 비해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와 가까이 살면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통제하기 쉬운 곳으로 유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범행 발생 장소로 가해자 주거지(30건ㆍ27%)나 공공장소(34건ㆍ30.6%)가 많았다. 가해자 111명 중 계획적 범죄자는 무려 89명(80.2%)에 달했고 이들 가운데 29명이 자신의 집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은 것도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두드러진다. 성인 대상 성범죄는 전체 124건 가운데 25건(20.2%)만 면식범이지만 아동ㆍ청소년 대상 범죄는 111건 중 45건(40.54%)이 아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졌다.

신진희 성폭력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는 “아동, 청소년은 집 앞이나 학교, 학원 주변을 자신이 보호받고 있는 구역이라고 여겨 경계를 푸는데 범죄자들의 구체적인 수법에 대응해 예방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도 아이들에게 ‘늑대 아저씨가 과자 주면 따라가지 말라’는 수준의 예방 캠페인을 하는데 실제 상황에서 거의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가해자 연령은 30대가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와 20대가 각각 24명으로 뒤를 이었다. 성인 대상 범죄자에는 없던 60, 70대 범죄자도 각각 3명씩 있는데 주로 5~10세 아동이 범죄의 피해자가 됐다. 어린 아동의 경우 노인이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범행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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