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37% 방과후 1시간 이상 ‘나홀로 집에’

입력
2016.02.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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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정 아동 5명 중 1명은 4시간 이상 혼자

급할 때 아이 봐줄 곳 없는 가구도 15%

“아이 혼자 두면 범죄 노출, 방임 위험 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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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3명 중 1명은 학교를 마친 후 하루 1시간 이상 부모 없이 집에 홀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아이들이 방임되거나 각종 안전사고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정부가 돌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가족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3명 중 1명(37%) 이상이 방과 후 최소 1시간 이상 집에 혼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시간 정도 혼자 있는 아동이 16.8%로 가장 많았고, 2시간 10.3%, 3시간 5.6%였으며, 4시간 이상 홀로 있는 아동도 4.3%나 됐다.

한부모가정 아동들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한부모가정의 경우 최소 1시간 이상 혼자 있는 초등학생이 63.7%나 됐다. 이 중 4시간 이상 혼자 있는 아동이 21.5%였고, 3시간 이상(16.9%), 1시간 이상(15.5%) 순이었다. 한 부모가정 아동은 전체 가정 평균보다 혼자 있는 아동이 2배, 4시간 이상 혼자 있는 아동이 5배나 됐다.

아동들에 대한 평상시 돌봄 공백뿐 아니라, 엄마 등 주(主)양육자가 갑자기 병원에 가거나 야근을 하는 등 급히 도움이 필요할 때의 돌봄 공백도 컸다. 긴급히 자녀를 돌볼 사람이 필요할 때 도움을 얻는 사람은 아동의 부모(37.3%) 조부모(33.4%) 친인척(9.1%) 아이 형제ㆍ자매(2.3%) 등 대부분 가족에게 의존했다.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데도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답한 가구도 15.5%나 됐다. 하지만 정부 지원서비스인 아이돌보미의 도움을 받는 비율은 0.5%뿐이었다. 즉 집 주변에 친인척이 없는 가정은 급한 일이 생기면 아동이 성인의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처럼 자녀 등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가족원을 돌보는데 겪는 어려움으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경제적 어려움’(36.4%)을 꼽았고 이어 ‘정신적 스트레스’(26.3%) ‘신체적 고단함’(18.4%) 순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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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동이 이처럼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되면 방임 등 아동학대와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쯤 되면 집에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아동학대의 한 종류인 방임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또 아동 성범죄나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돌봄 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전국 5,018가구의 12세 이상 모든 가족 구성원 대상으로 이뤄졌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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