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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의 강공… 당청 갈등 이어 與 주류 vs 비주류 간 확전

입력
2015.06.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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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국정 마비되고 정부 무기력해져"

'위헌 소지 스스로 해소' 여당 압박

친박계, 유승민 협상실패론 제기

靑 비토 분위기 반영한 듯 흔들기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면서 당청 갈등은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궁지에 몰렸다. 특히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를 노골적으로 공격함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에서 시작된 당청 충돌이 주류 대 비주류 간 권력 투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가 번번이 정부 시행령 수정을 요구하면 국정이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해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정부 정책 추진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또 우리 경제에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이는 국회 스스로가 이번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단정적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다. 다만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국회 차원에서 개정안의 삼권분립 위배ㆍ위헌 소지를 해소해 출구를 찾으라”는 강경한 지침을 여당 지도부에 내려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여야가 합의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행정입법의 수정ㆍ변경을 요구하면 정부가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청와대의 입장은 국회의 요구를 정부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강제성’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법안 재개정 또는 여야 간 정치적 합의 등을 통해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위헌 논란의 핵심은 강제성 여부”라며 “이 부분이 해소되면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의 부담을 덜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야당에 재협상을 요구한다 해도 야당이 응할지는 미지수여서 유 원내대표의 입지가 극도로 좁아졌다.

친박계가 이날 유 원내대표의 협상 실패론을 제기하는 등 공격하고 나선 것에는 “청와대ㆍ정부와 엇박자로 가는 여당 원내대표와 함께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는 청와대의 비토 분위기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이번 갈등이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발언이 공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도 생각해보겠다”며 말을 아꼈고, 강제성 해소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 지도부를 만나 얘기해볼 수 있다”고 재협상 여지를 열어 두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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