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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에 뒤통수 맞은 경제

입력
2015.06.01 18:22

▲ 메르스 확진 환자가 18명으로 늘어난 1일 중국인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서울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후 10여일 만에 그 수가 18명(1일 오후 현재)까지 늘었다. 메르스의 전파력을 우습게 봤던 정부의 초기 대응이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허술하고 일관성 없는 정부의 태도가 국민 불만을 키웠다. 최초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의심 환자가 숨져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 나아가 관광ㆍ레저ㆍ스포츠 산업 등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허술한 대응…국제적 망신 초래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 발생 시 밀접접촉자가 아니면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고 공언했다. 10여 일이 지난 현재 국내 메르스 환자 수는 18명으로 증가했다. 격리 대상자 수는 어느덧 682명에 달하고 있다. 메르스의 전파력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판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메르스 의심 환자의 출국을 하루 늦게 파악한 것도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질타가 이어지자 최근에야 격리대상자들의 출국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허술한 통제는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환자가 중국인, 홍콩인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자 3차 감염을 우려한 중국과 홍콩이 일제히 한국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마카오는 한국에서 출발한 입국자에 한해 개별 체온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순식간에 '방역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항공ㆍ여행업계 비상

정부의 허술한 대응은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항공ㆍ여행업계는 비상이다. 2002~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큰 아픔을 겪었던 터라 민감하다.

항공업계는 초긴장상태다. 밀폐된 항공기 특성상 승객이 메르스의 매개가 될 우려가 커진 탓이다. 방역을 강화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대규모 예약 취소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 홍콩 노선을 중심으로 일부 예약자들이 예약 취소를 하고 있다. 문의도 증가하고 있어 상황을 주시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소독을 강화하고 의심환자에 대한 탑승을 금지했다. 기내 의심 환자 발생 시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환자를 최대한 격리하고 승무원들도 보호 의류를 착용하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및 탄저균 대책 긴급 당정협의'에서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스 유행 당시 직격탄을 맞았던 여행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란' 수준은 아니지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업계는 여행객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해외 대리점들을 동원해 현지 사정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해 전달 중이다. 중동이 여행지로 친숙한 곳이 아닌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미미하지만 두바이 경유 항공권에 대한 취소가 발생하고 있다. 여행사들도 중동지역 여행상품 출시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문의는 많다. 중동은 여행 수요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 상품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행 우려 심리가 커지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테마파크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악화되면 사스 유행 때처럼 열감지기와 마스크, 손세정제 등을 비치하고 즉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분위기다.

여행 당국은 동향파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 한국여행업협회와 '방한 관광시장 상황점검반'을 구성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관광시장 피해를 최소화하고 잘못된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 언론 동향과 현지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방한 관광객 변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특이상황 발생 시 적극적인 대응방안도 마련할 것이다"고 전했다.

●유통ㆍ스포츠업계, 손님 떨어질까 걱정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직까지 집객이나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나 영향은 없는 상태다. 다만 백화점 및 쇼핑몰에 인파가 많이 몰리는 만큼 위생 및 청결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강화할 예정이다. 메르스 관련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상황이 악화될 것을 대비해 관련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스포츠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프로야구ㆍ축구장 등 대규모 관중이 모이는 장소에 팬들의 발길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현격한 관중 감소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경기당 평균 관중이 2주 전(5월19~24일) 1만4,320명에서 지난주(26~31일) 1만1,326명으로 3,000명가량 줄기는 했으나, 메르스의 여파로는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주 전에는 주말에 석가탄신일 황금연휴가 끼어 기록적인 관중이 입장한 데다, 5월29일에는 전 주 금요일보다 평균관중(1만1,349명→1만1,700명)이 오히려 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팬들이 경기장을 직접 찾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파장은 크지 않지만 정부가 매르스 발생 초기 보여준 미숙한 대응이 향후에도 계속된다면 상황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 축제관련 한 전문가는 "정부의 어설프고 일관성 없는 조치가 이어진다면 지방축제 등 내국인들의 국내여행 수요까지 크게 떨어뜨리고 사스 때와 마찬가지로 여름 성수기 시장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자, 김주희 기자 spam001@sporbiz.co.kr,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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