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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정 국회법 의견 갈리는 여야, 분명한 입장 뭔가

입력
2015.06.01 17:58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을 국회가 사실상 심사ㆍ수정할 수 있게 한 개정 국회법 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개정 국회법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거부권 행사 불사 태세를 내비쳤다. 청와대의 강경 자세는 새누리당 친박계에 영향을 미쳐 유승민 원내대표의 대야 협상 태도에 대한 비난을 고조시켰다. 논란이 당ㆍ청 갈등 색채를 띰에 따라 여당 내 비박계까지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쏟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한발 뒤로 물러서며 사태 진정 모드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의 대응과 관련, “대통령과 우리 당의 뜻이 다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로 개정 국회법이 국회로) 넘어오면 여야 각 당이 내부적으로 의총 등의 절차를 거쳐 자유투표로 하게 될 것”이라고 중립적으로 전망했다. 유 원내대표도 국회가 강제적 시행령 수정권을 갖게 되는지에 대해 “강제성이 없다”고만 밝혔다. 청와대의 반응이 확대 해석과 과잉 우려의 결과라는 그 동안의 인식에 비해 한결 온건해졌다.

개정 국회법 관련 조항에 강제성이 없다는 유 원내대표의 생각은 여당 내 다수 견해는 아닌 듯하다. ‘국회는 중앙행정기관에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이를 처리해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의 ‘이를 처리해’가 꼭 ‘국회의 요구대로 처리해’가 아니라고 억지로 해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수정ㆍ변경 요구’나 ‘처리해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과 묶어 국회의 요구대로 처리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 다만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처럼 “행정기관이 끝내 수정ㆍ변경 요구에 불응할 경우에 따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강제력을 부인할 수도 있지만, 그런 정부의 위법 상태가 결국 탄핵이나 해임건의 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군색하게 들린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해석만 봐도 그렇다. 문재인 대표는 “법을 해석하는 것은 법학자나 사법부”라고 전제하면서도 “여야가 합의한 입법취지는 명백히 강제력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도 “강제력이 없다면 개정안을 입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어제 ‘상위법 위반 시행령ㆍ시행규칙’ 11개 사례를 급히 추려서 발표한 것도 개정 국회법을 근거로 시행령 수정 공세를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이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한 다툼은 꼴불견이다. 헌법이 행정입법의 근거를 법률이 위임한 경우와 기타 경우로 나누었음에 비추어 입법ㆍ행정 어느 쪽도 전면적 통제권을 가질 수는 없다. 결국 적정선의 타협이 필요하다. 청와대가 분명한 의사를 밝힌 만큼 여당 내, 나아가 여야의 의견 통일이 시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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