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B 회고록 내용도 문제고 시기도 부적절했다

입력
2015.01.29 18:19
수정
2015.01.29 18:19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간한 회고록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재임 시절 추진한 국정 가운데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거나 책임을 남 탓으로 돌렸다. 반면 상당 부분을 외교 사안에 할애하면서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비밀 협상은 물론 이 과정에서 진행된 중국 지도부와의 대화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외교적 파장도 우려된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한국이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22조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다는 비판에 대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투자라는 엉뚱한 논리를 폈다. 4대강 사업이 홍수예방과 수질개선 등에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감사원과 4대강 평가위원회 조사결과를 통해 거듭 확인된 바 있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은 터무니 없는 논리를 대며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으니 그 무책임이 놀라울 뿐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 부실 논란과 관련해서는 “국내외 복잡한 현안은 내가 담당했지만 해외 자원개발의 총괄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자원외교를 통해 체결된 양해각서는 이 전 대통령이 사인한 게 28건이지만 한승수 전 총리는 4건에 불과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는 성과가 10년에서 30년을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인데 퇴임한 지 2년도 안된 상황에서 평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초 감사원 발표에서 드러났듯이 벌써부터 졸속과 부실의 실상이 확인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재임 시절 일로 나라가 혼란스럽고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여야가 합의해 국정조사까지 하는 마당에 사과 한 마디 없이 변명과 자기합리화로 일관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그렇게 할 말이 많으면 당당히 증인으로 출석하면 될 텐데 이를 극구 거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비밀접촉과 중국의 원자바오 전 총리와 오간 대화까지 낱낱이 공개한 것은 경솔하기 짝이 없다.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과 5ㆍ24 해제 조치에 대한 이전 정부의 입장이 밝혀지면서 현 정부로서도 운신의 폭을 제약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회고록이 역사적 사료로 인정받고 국정 운영의 참고가 되려면 자기반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 시기와 내용이 모두 적절하지 않은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을 보면 자화자찬 식의 회고록은 내지 않겠다는 김종필 전 총리의 소신이 오히려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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