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 해체 15년…잘못된 사실 바로잡아야" 눈물

입력
2014.08.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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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특별포럼'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특별포럼'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특별포럼'에 참석해 부축을 받으며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특별포럼'에 참석해 부축을 받으며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5년 간 묵혀 온 비통함을 감추지 못한 듯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은 26일 옛 대우그룹 임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간이 충분히 지났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화록과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특별포럼’에 참석했다. 이 포럼은 15년 전 대우그룹 해체의 의미를 되새기고, 김 전 회장의 비공개 증언이 담긴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김 전 회장은 포럼이 끝날 무렵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올라 5분여 동안 자신의 소회을 밝혔다.

그는 “15년 전 가슴 아픈 일이 있었고 억울함, 비통함, 분노가 있지만 돌릴 수 없는 과거라고 생각해 감수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났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앞만 보고 성실하게 달려왔고, 국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거기에 반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는 감정을 다 추스르지 못해 잠시 울먹였다. 그 뒤 짧은 인사말을 마친 김 전 회장은 지체 없이 행사장을 떠났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저서에 대해 김 전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 논쟁에는 다시 불이 붙었다. 저서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당선되자마자 김 전 회장을 ‘경제대통령’으로 칭하며 금융위기 극복방안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당시 경제관료들은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출확대를 통한 위기극복을 주장하던 김 전 회장을 곱게 보지 않았다.

강 수석은 수출확대를 위한 시설확장을 위해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김 전 회장의 요청에 대해 “시장경제 중심으로 하니 정부가 나서서 그런 것을 못 한다”고 거부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러면 강 수석은 왜 거기 앉아 있나. 시장 중심이면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도 필요 없겠네”라고 반격해 미운 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이후 관료들은 대우에 대해 “밀어내기 수출과 이로 인해 창출된 매출채권으로 운전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보고를 했고, 수출금융을 풀어달라는 요청도 거부했다는 게 책의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관료들이 자금 줄을 묶어놓고 대우에 부정적인 시장분위기를 조성해 대우를 부실기업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당시 수석은 “부실경영과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던 게 대우그룹 해체의 결정적 원인”이라며 김 전 회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강 전 장관은 신장섭 교수의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외환위기 당시 국제금융기관은 방만한 투자를 정리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재벌들은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자구노력을 했는데 대우만 안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출금융 규제로 대우의 단기차입금이 급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출금융은 대우에만 차별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다른 재벌들은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대우만 왜 그랬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강 전 장관은 “대우의 빚이 급증한 이유는 금융권에서 대우가 불안하다고 판단해 돈을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법원 선고까지 난 사안이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기획해체론 주장에 대해 학계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논리라는 비판이 주류다. 대우그룹 해체로 매각된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옛 대우자동차(한국GM) 등이 현재 건실해진 것은 김 전 회장이 과거 우량회사들을 차입경영과 방만경영으로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환경이 바뀌었는데도 과거 방식의 성장전략을 고수한 것이 대우 패망의 원인인데 정부에서 지원해주지 않았다고 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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