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 해체는 계획적이었다”

입력
2014.08.2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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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집필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서 주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우그룹은 김대중 정부 당시 경제 관료들에 의해 억울하게 해체됐다. 처음엔 삼성과의 빅딜을 강요하다 나중에는 오히려 훼방을 놓는 등 관료들은 계획적으로 대우그룹을 해체로 몰고 갔다.”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이 그룹 해체 15년 만에 입을 열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해체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무리한 확장 투자로 인한 자체 부실이 아니라 관료들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기획 해체론’을 주장했다. 그 결과가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진단이다.

책에는 김 전 회장이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된 과정을 증언한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김 전 회장과 관료들과의 갈등은 외환위기와 함께 출발한 DJ 정부 때 김 전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장으로서 주요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점점 깊어졌다. 이후 GM의 대우자동차 투자를 관료들이 막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며 대우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았다고 김 전 회장은 증언했다.

정부와 삼성, 대우 사이에서 삼성차를 대우에 넘기고 대우전자를 삼성에 넘기는 빅딜이 논의됐지만 결국 무산된 것 역시 관료들의 ‘기획 해체’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책은 밝히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사재 출연을 포함해 13조원을 채권단에 맡긴 다음 정부의 금융 지원과 경영권 보장 약속을 믿고 일부 계열사 회생에만 전력하는 방안을 마지막 자구책으로 내놨지만, 정부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 같은 관료들의 연이은 방해로 김 전 회장은 “당시 정부가 나를 제거하려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고 믿게 됐다. 대우가 워크아웃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관료들이 일부러 만들었다고 그는 확신하고 있다.

이후 당시 정부가 대우를 GM이 헐값에 인수하도록 처리했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주장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손해 본 금액만 210억달러(약 30조원)가 넘는” 심각하게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김 전 회장은 회고했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돈 만큼이나 많은 금액이다. 결국 “대우 해체는 실패한 정책이고, GM의 성공은 숨기고 싶은 진실”이라고 김 전 회장은 책을 통해 토로했다.

김 전 회장의 증언을 담은 이 대화록은 오는 26일 출간될 예정이다. 신 교수는 서울과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김 전 회장을 4년 간 20여 차례 만나 가진 인터뷰를 토대로 책을 집필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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