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역사·의학을 통해 알아본 ‘우리 안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입력
2013.12.09 05:12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동시에 개인주의적 성향을 추구하는 독자적인 인격체이기도 하다. 이 둘이 충돌하는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인데, 인간은 생물학적 본능과 사회적 행위 사이에서 늘 갈등하며 행복과 멀어져 간다.

숭의여고에서 역사교사로 재직 중인 배민 작가가 펴낸 ‘우리 안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책과나무)는 역사학과 뇌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인간의 의식과 행위, 시장과 정치를 규명하고 있다. 인문의학 서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글쓰기 방식을 도입한 보기 드문 수작이다.

저자인 배민 교사는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과 자아의식, 사회적 상호작용 등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학문적으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어떠한 방식으로 추구하고 지켜나가는지 분석하고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성향적 전략이라는 심리학적인 차원의 개념으로 심화시켜 활용하고, 인간의 역사와 접목해 진정한 이해와 협동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은 연세대 치의학과와 홍익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인문의학을 전공 중인 저자가 인문, 역사, 의학이라는 세가지 학문적 토대를 바탕으로 서술했음에도 경계를 나누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통섭의 글쓰기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책의 앞부분 상당 분량을 과감하게 의학적 지식을 철학적으로 서술하고 구조화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중간 부분에서는 성향적 전략과 생물학적 시장 등의 독창적 개념들을 활용하여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해 연역적 방식으로 논리 전개해 나간다. 후반부에서는 다시 이를 역사학적으로 고찰하는 인문학적 서술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설적 상황을 차용한 가상 실험의 방식을 활용하여 논리를 전개해 나가기도 한다. 이는 현재 국내 학문서적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질적인 모습이지만, 이러한 특이한 글쓰기 방식은 오히려 몰입도를 높인다.

사회과학과 인문학, 자연과학적인 저자의 방대한 지식을 위트와 재치로 버무려내 독자가 무리 없이 읽고 저자에게 공감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진보나 보수 등의 갈등을 비롯한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물질적 관점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즉, 인간 자신 안의 ‘성향적 전략’을 바탕으로 ‘생물학적 시장’의 틀로서 접근할 것을 주장한다.

이 책은 국내 서점가에서 만나기 힘든 가뭄의 단비 같은 인문의학 저서이자 과학 저서라 할 수 있다. 특히 사회과학 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한국의 출판 시장에서 좀더 부드러운 글쓰기의 가능성과 함께 통섭을 지향하는 제대로 된 학문 서적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포춘코리아 온라인팀 안재후 기자 anjaehoo@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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