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기록으로 불법파견 위법 적발… 근로감독에도 ‘디지털포렌식’ 활약

입력
2019.08.28 19:18
수정
2019.08.28 20: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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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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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유명 제빵 프랜차이즈인 A사는 불법파견 혐의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았다. 본사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파견직원에 대해 직접 업무 지휘ㆍ감독을 하면 안 되는 파견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A사는 제품 품질관리를 위한 활동일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고용부는 불법파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정적 증거는 카카오톡 대화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은 디지털 자료였다. 근로감독관들은 1주일 가까운 분석 작업 끝에 본사 직원이 파견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나 교육실시 등 인사업무를 직접 지휘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SNS기록을 찾아냈다. 이와 별도로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5,300명의 출퇴근 기록 약 1,800만건까지 분석해 이 회사가 파견직원들의 연장근로 수당 110억원을 체불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28일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임금체불ㆍ근로시간 위반 등 근로감독과 노동관계법 수사에서 이같은 디지털 증거분석(포렌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증거분석 실적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245건, 251건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418건으로 지난 한 해 1.6배를 넘었다. 디지털증거분석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자료에 대해 위ㆍ변조 탐지나 삭제자료 복원 등의 작업으로 범죄 증거를 찾는 과학수사 기법이다.

고용부가 SNS로 노동법 위반 사범을 적발하는 개가를 올린 건 A사 사례 뿐만이 아니다. 병원시설 보수공사를 위탁한 한 서울 소재 한 대형병원(원청)은 하청업체 보수공사 인부들의 출퇴근시간, 연장근로 등을 직접 관리한 사실이 SNS 단체 대화방 속에 남아있어 불법파견 사실이 적발됐다. 사내 서버도 주요한 증거물이 된다. 임신한 노동자에게 연장근로를 시킨 서울의 한 디자인제작업체 대표는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했지만 사내 서버에 저장된 메신저 내용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인사담당자가 여성노동자의 임신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사내 메신저에서 포착되면서 임신여성의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서울 소재 또다른 병원은 자체 개발한 근로시간 분석 프로그램 기록 때문에 간호사들에게 ‘공짜노동’을 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근로감독관들은 프로그램에서 100여가지 교대제 근무형태와 1억건이 넘는 간호기록을 분석해 미지급 수당 240억원을 찾아냈다.

기업이 인사노무 관리를 컴퓨터 등으로 처리하는 게 보편화되면서 노동관계법 위반 범죄수사에도 디지털증거분석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고용부는 2016년 7월 서울고용노동청에 처음 디지털증거분석팀(전담인력 2명)을 신설했고 지난해 8월부터는 중부ㆍ부산ㆍ대구ㆍ광주ㆍ대전 등 6개 노동청(전담인력 18명)에서 확대 운영 중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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